캐나다 속 작은 중국, 리치몬드
단기유학에 최적화된 숨겨진 보석 같은 곳
캐나다 속 작은 중국, 리치몬드에서의 행복한 일 년
내가 정착한 리치몬드는 캐나다 안의 '작은 중국' 같은 곳이다. 북미에서 아시안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 밴쿠버에서도 특히 아시안 비율이 높은 도시로, 거리에는 중국어 간판이 가득하고, 길을 걷다 보면 중국어가 영어보다 더 많이 들리기도 한다.
유학원을 통해 밴쿠버로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은 리치몬드에 가는 것을 만류했다. "캐나다 사는 느낌이 안 들 거예요." "한국분들은 리치몬드 별로 안 좋아하세요." 하지만 나는 대학 유학 시절, 백인들 속에서도 나를 따뜻하게 대해줬던 중국 친구들의 기억 덕에 자연스럽게 리치몬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리치몬드는 밴쿠버 다운타운과 가깝고, 도시가 평지에 바둑판처럼 정돈되어 있어 길을 잘 못 찾는 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생활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아시안 마켓, 코스트코, 월마트, 이케아 등 없는 게 없어서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편리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이들 학교를 가보니 학생의 약 90%가 중국계였다. 외모만으로는 한국인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정작 한국인 학생은 우리 아이들뿐이었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백인 학부모들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다문화 환경이 주류였고, 덕분에 아시안 인종차별이라는 문제도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계 학생들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 모국어는 영어라는 것. 가정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며 자란 아이들은 그나마 중국어를 알아듣긴 했지만, 말하기 실력은 부족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 실력을 쌓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것 같았다.
이처럼 좋은 리치몬드를 유학원이 왜 꺼렸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밴쿠버로 단기 유학을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나는 이곳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리치몬드에서 보낸 일 년 동안 나와 아이들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이들 개성을 존중하고,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여유, 그리고 결과보다 노력을 칭찬하는 학교 분위기는 내가 캐나다 교육을 좋아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한국처럼 서열화된 경쟁 대신 절대평가가 보편적이고,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길을 존중해 주는 이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마음껏 자신을 펼칠 수 있었다.
리치몬드에서의 시간은 캐나다의 다문화와 개방적인 교육 방식을 온전히 경험하게 해 준, 소중한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