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구조 속에 펼쳐진 상실과 애도의 감정

영화 <애프터썬>(2022) 감상

by 올가의 다락방

(독자가 영화 내용을 안다는 전제 하에 휘갈긴 짧막한 단상입니다.)


애프터썬이라는 영화는 거대한 이중구조를 취하고 있다. 가장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노란색으로 대변되는 소피와 푸른색으로 표현되는 아빠의 세계. 근데 자세히 들어가면 아빠도 통제(명상, 태극권, 금욕)와 충동(클럽, 춤, 욕망)에 대한 지향으로 이분화되어있다.


환희와 불안을 모두 뜻하는 노란색처럼 소피의 세계도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로 나뉘어져있다. 의식의 세계에서 소피는 성적 호기심에 눈 뜬 사춘기 소녀이지만 무의식의 세계에서 소피는 아버지의 우울을 감지하고 너무 빨리 커버린 애어른에 가깝다.


(성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아버지와 딸 간의 묘한 긴장감은 이러한 이중구조의 불안정성을 표현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인 듯하다. 가장 오랜 금기가 깨질지도 모른다는불안감을 통해 그 모든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인물들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이 영화가 가진 몇몇 한계가 드러난다.


1) 일단 이중구조 자체가 진부해 보일 수 있다. 특히 이 영화 자체가 소피의 기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기억이라는 건 애초에 어떤 체계를 가지고 직조되기가 어려운 것이기에.


2) 또한 근친 모티브라는 고전적인 요소가 불안감 조성을 위해 너무 도구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점도 큰 한계인 듯하다. 실제로 소피와 아버지가 서로에게 그러한 욕망을 품었을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티프 자체가 영화 전체의 주제의식과 유기적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촘촘한 이중구조를 세우다가 서사와 형식 마저 서로에게 대립하는 요소로 만든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신중했거나 조금만 더 과감했다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