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 셀프? 페스트 셀프??
ep-5. 산골의 인심
내가 거주하는 펜션은 펜션지기(사장님)와 언니 내외분이 펜션 내외부를 관리하신다. 시끌벅적하고 분주한 여름 성수기가 지나자 그분들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홍천은 옥수수로 유명하다. 이분들의 텃밭에는 방울토마토와 고추를 필두로 오이, 호박, 가지, 깻잎 그리고 옥수수가 있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삶은 옥수수인데 그 본연의 맛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다만 수시로 삶아 주시는 탓에 다 먹지 못한 옥수수가 냉동실을 꾸준히 채우고 있다.
지난주 아침은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주셨다. 몸에 좋다고 알고 있는 것들이 죄다 들어있었다. 직접 내리신 커피(여기서 6천 원에 판매 중이시다.)도 예쁜 잔에 담에 함께 주셨다. ‘도대체 이게 얼마야?’ 자본주의에 흠뻑 물든 뇌가 생각을 자동 반사한다. 부끄러워진다.
어씽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아로니아가 나온다. 까만 열매가 탱글탱글 탐스럽다. 얼마든 따서 밥에 같이 넣으라고 하셔다. 이만큼이나 따도 되나 고민하며 돌아오는 길에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하신다. 따서 아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라고.
어젯밤에는 애기들과 책상에 모여 앉아 공부를 하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신다. 긴 가래떡을 한참이나 주고 가신다. 오늘 아침에 참기름에 구워 겉바속초 하게 꿀에 찍어 아침을 대신했다. 내일 아침거리까지 남아있다.
길 가다 마주치면 고추며, 가지며 주신다. 오늘 아침은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소심하게 따고 있는데 언제 오셨는지 양손에 가득 보태주신다.
지난 주말은 압권이었다. 고기를 굽는다고 시간 맞춰 오시란다.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조금 민망해 뭉그적거리는 중에 다시 우리 가족을 모시러 오신다. 숯불에 돼지고기, 소고기, 소시지까지 참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전화를 주신다. 부대찌개로 아침 같이 먹자고. 자녀들에게 한 말씀하신다. 다음 주는 갈비를 구우시겠단다.(글을 쓰는 와중에 저녁에 숯불 닭갈비 먹으로 오라신다;;)
펜션을 알아보며 펜션지기와 통화를 할 때 월세를 조금 조정해 볼까 했던 옹졸한 마음이 부끄럽다. 내년에는 월세를 조금 올려 받으시는 게 어떠실까 여쭤봐야겠다. 아니, 이번 주말에 치킨을 한 마리 더 주문해야겠다.
퓨쳐(future) 셀프? 페스트(past) 셀프??
나는 자기 개발서를 좋아한다. 자기 계발서를 소설처럼 읽는다. 동기부여도 되고 재미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인진 작년인지 퓨쳐셀프를 읽었다. 루틴과 충만한 일상을 기본으로 미래를 심상화하면 원하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시크릿류의 자기 개발서이다.
미래의 미래는 과거라고 한다. 결국 시간이라는 수레바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맞물려 돌아간다. 과거 다음이 현재이고 그다음이 미래이지만 미래 다음이 다시 과거인 것이다. 화목한 가정 혹은 성공이나 성장을 위한 씨앗은 미래의 과거인 현재에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달려있다. 결국은 나. 지금. 여기로 회기 한다.
자녀들이 말을 안 들어 화가 나고 답답할 때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고 자녀들이 다 큰 성인이 되었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처럼 느낀다. 내 손과 관심은 필요가 없으며 각자 자기 삶을 성실히 살아간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유대관계는 있겠지만 품 안의 자식과는 다를 것이다. 한번 더 보고 싶고,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고 싶은데 더는 부모가 설 자리가 없다.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양볼에 뽀뽀를 하고픈데 더 이상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한 그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장난치고 소리를 질러대는 자녀들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안고 만지고 볼을 비빈다. 두 눈동자를 깊이 바라보고 쫑알거리는 입에 집중한다. 자녀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그들의 감정에 동화된다. 잠자리에 누워서 손을 꼭 잡고 잠에 든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