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작..
e-11. 이웃 전원주택을 방문하다
산책 중 오가며 인사드렸던 아랫집 전원주택 내외께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주셨다. 참 예쁘게 꾸며놓은 집이어서 평소 오갈 때도 눈길이 갔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방문하였다.
집은 생각보다 더 이뻤다. 주택과 텃밭이 조화로웠으며, 인접한 개울까지 배산임수가 여기다 싶었다. 마당 뒤편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 두었다. 아궁이로 이어지는 자갈 길이 눈에 띄었고, 작은 꽃병에 정갈하게 꽂아 놓은 야생화가 내외분의 심성을 설명해 주는듯 했다.
아주머니께서 과일과 과자를 참 예쁜 접시에 담아내어 오셨고, 커피는 직접 내려주셨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수채화 같은 경치에 마시는 커피맛이 일품이었다. 모든 오감이 충만해져 커피와 내가 하나 되는듯한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하였다.
아저씨께서는 정년퇴임을 하시고, 그전부터 눈여겨보셨던 이곳을 매수해 집을 지으셨다고 했다. 집내외부 이곳저곳을 구경했는데, 통창에 멋들어진 가구와 소파 그리고 아늑한 침대까지 일류 호텔이 안 부럽게 잘 꾸며놓으셨다. 소파에 앉아 통창을 통해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아침이란? 잠깐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전원주택이었다.
두 분의 노후를 보니 정년까지 일을 해야 하나? 명퇴는 위험부담이 큰가??라는
나의 근원적인 고민들이 꾸역꾸역 기어 나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타인은 타인대로 나는 나대로의 길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중에 겪는 우역곡절과 희로애락도 나의 몫이며 나의 삶이다. 마음을 다잡으며 커피를 마셨다.
인생은 오늘 하루다. 오늘이 충만하고 즐거우면 된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서
다시금 호흡을 돌이켜 현재를 느낀다.
산골에 그림 같은 전원주택과 지붕과 마당에 떨어지는 타다닥 거리는 빗소리와 향긋한 커피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곁이 있다. 이런저런 즐거운 얘기를 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며 다음번 차담회를 기약했다. 강아지 ‘똘이’까지 꼬리로 인사해 주었다.
하루의 시작이 유쾌하고 상쾌하다.
강의를 시작하다.
펜션지기와 펜션지기 지인까지 총 2명에게 강의를 하려 한다. 원래 정해진 날짜는 오늘이었는데 펜션지기가 업무로 바빠 일정을 조금 연기했다. 이번 강의를 통해 강의 내용이 충실한지, 그리고 나의 전달력이 괜찮은지 그리하여 꾸준히 강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실험을 해볼 심산이었다.
혼자 연습을 할 때는 말도 꼬이고 목소리도 기어들어갔다. 몇 분을 넘어가니 목까지 아팠다.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웠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게 강의할 내용은 될까?? 학창 시절에 발표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던 나인데 사람들을 앞에 두고 말이나 제대로 나올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수시로 나를 애워쌌다.
결론은 그냥 해보기. 하기 전에 상상금물.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아지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강의 자격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그냥 부딪히는 것이다.
뒤에서 으르렁 거리는 괴물소리에 현실을 회피하면 언제까지고 공포가 나를 옥죈다. 고개를 돌려 두 눈을 똑똑히 마주하면 그 괴물이 한 마리 새끼 고양이였음을 알 것이다.
역시 두려움은 직면함이 제 맛!!
산골에서 맑은 공기와 규칙적인 생활덕에 에너지가 올라갔다. 상향된 에너지는 나를 더욱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게 도와준다. 모든 조건이 충분하다. 오늘이라는 선물을 감사히 받자. 그리하여 오늘하루도 개처럼 즐겁게! 소처럼 충실히!!
개즐소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