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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less Oct 10. 2024

ep-12. 자녀의 변화

숲 속의 자본주의자들 - 트랜서퍼 


ep-12.     


농촌유학을 와서 자녀들이 시골 생활과 학교 생활에 자연스럽게 물들어 참 감사하다. 무엇보다 첫째가 몰라보게 달라져 특별히 감사한 요즘이다. 성격과 성향의 큰 틀이 바뀌겠냐만은 짜증과 화가 많이 줄어 마음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 이유를 곰곰이 살펴보니 크게 두 가지가 변해서인 것 같다. 하나는 북적이는 학교와 학원 루틴으로 분주했던 분위기가 여유롭고 차분한 환경으로 급변한 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파트의 규격화된 생활과 도시의 탁한 공기가 천혜의 자연환경과 맑은 공기로 대체된 덕이다.

      

그렇다. 거주의 환경과 학교 생활의 긍정적 변화 덕에 자녀의 몸과 마음이 날로 충만해진 것이다. 이에 예민한 성격은 무뎌지고,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알레르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덤이다.      


사실, 첫째의 예민함은 나의 예민함이었고 첫째의 조급함은 나의 조급 함이었다. 자녀가 왜 그럴까?라는 생각 이전에 나를 돌아봄이 우선이다. 죽고 나서 윤회가 시작되는 게 아니었다. 나는 나의 습을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대물림 하고 있었다. 자녀 문제는 사실 나의 문제였던 것이다.  

    

농촌 유학과 산골 생활을 통해 육체의 건강은 물론이고 나도 자녀도 여유와 넉넉한 마음의 정서적 토대를 만들어 갈 것을 마음먹는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 트랜서퍼     


무던히도 괴로웠던 취준생 시절을 뒤로하고 힘들게 안정된 직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첫 출근길에 문득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서 평생을 이렇게 출퇴근하는 생활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숨이 턱 하고 막혔던 기억이다.      


그랬기에 넉넉하지 못했던 환경에서도 입사초기부터 조기은퇴를 계획했었다. 파이어족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무렵인 신혼 초부터 집사람과 20년 뒤의 명퇴를 논의했었다. 외벌이 30년도 먹고살고 자녀들을 잘 키워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아무리 박봉이라지만 둘이 20년을 벌면 외벌이 40년에 해당하니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잘 모으고 잘 불려서 20년 뒤에 은퇴를 하자는 단순한 계산이었다. 물론 집사람에게 과거를 물어보면 기억도 못하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리 살기를 다짐하면 어떻게?라는 물음이 따른다. 서울 생활도 해봤으니 도시생활에 별 미련이 없다. 그렇다고 부산 태생인 내가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자신은 더더욱 없다. 결론이 쉽다. 도시와 시골 양쪽의 장점만 취하면 된다. 5도 2촌 혹은 2도 5촌의 과도기를 거쳐 적당한 편의시설과 풍요로운 자연환경이 조합된 중소도시에 정착을 하는 것이다. 도시에 인접한 작은 시 혹은 군 단위 아파트에서 살며 가까운 펜션 혹은 농막을 오가고, 때로는 서울의 문화생활도 같이 누리는 것이다. 내겐 지금하고 있는 농촌유학이 과도기의 초입인 셈이다.      


물론 중소도시에서 아파트를 매입할 생각은 없으며, 시골의 펜션이나 농막도 처음부터 매입할 생각이 없다. 두 곳 모두 전세로(혹은 부동산 지식과 경험의 자신감 크기에 따라 월세로) 사는 것이다. 도시의 집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해 주며 매월 일정 부분 월세를 준다.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나 그들의 선택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서울로 대학을 가겠다고 하면 그때 다시 회기를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미 양쪽의 혜택을 모두 보고 난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을 가까운 지인들과 공유하면 그들은 그들의 생각을 반복하며 그들의 생각으로 나를 재단한다. 생각의 폭 한계가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 따듯한 마음만 받고 내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다만 이런 내 생각들을 글로 잘 풀어놓은 책이 ‘숲 속의 자본주의자들’이었고 내가 심취해 있는 트랜서핑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설명한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들 그들은 트랜서퍼였다. 역시 언제나 길은 책 속에 있다. 그러니 좌고우면 치 말고 주관과 소신을 가지고 묵묵히 내 길을 가면 된다. 내가 선택한 그 길에서 만나는 성공과 실패 모두 내 몫이고 그제야 나는 내 인생을 살게 된다.     

   

자, 그럼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자유, 자율, 주체성을 다 찾았다. 그러면 이제는 무엇이 남은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 직장이 아닌 직업 말이다. 내 꿈을 내 개성대로 마음껏 펼치고, 그 소명으로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복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100세 시대라 일컫는 요즘, 40대는 시작이 딱 좋은 시기이니 말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서툴고 어설픔이 당연하다. 오늘도 힘 빼고 한 호흡 한 호흡을 깊이 들이키자. 


그렇게 천천히, 차분히 그리고 꾸준히 내 길을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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