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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참관수업 참석
오늘 오전에 참관수업을 다녀왔다. 회사생활을 할 때는 일도 바쁘거니와 쉬는 게 눈치가 보여 참석을 생각도 못했었는데, 농촌유학 덕에 자녀들의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 화창한 가을산골 펜션에서 학교로 향하는 오솔길이 참 유쾌했다.
자녀들이 학년이 달라 두 교실을 번갈아 다녔다. 교실의 분위기는 따듯하고 화기애 했다.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던 그 순간부터 세상이 수시로 회색 빛이라 느꼈다. 때문에 내 세상을 밝고 가볍게 하려 요가나 호흡 같은 이런저런 노력을 했었는데, 오늘 방문한 자녀들의 초등학교 교실은 여전히 파스텔 톤이었다. 뒷자리에서 보는 자녀들의 뒷모습이 반짝거렸다. 물론 자녀들은 뒤에서 지켜보는 아빠가 어색했겠지만 말이다.
자녀들의 교실에서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문득 ‘우리 세대가 이렇게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의 변화에 시골 학교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자녀들이 살짝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가 배고픔이 없었던 시절이 기본값이었듯 자녀들은 지금 이시절이 기본값일 것 같다.
산골 펜션 생활에 적응이 감사한 요즘이었다. 학교 수업의 참석으로 희미하게 남아있던 불안함까지 말끔히 해소되었다.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 가족을 따듯하게 받아준 펜션지기에 감사하고, 자녀들을 따듯하게 품어주는 시골 학교에 감사했다. 농촌유학을 선택하고 실행한 과거의 내가 고마웠다. 교문을 나와 커피도 마시고, 밥도 사 먹었다. 오늘은 나를 편하게 대해주고 싶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불현듯 미약한 나만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많은 이들의 도움과 희생의 기반 위에 내가 있었다. 받은 것 이상은 둘째 치고라도 받은 만큼은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다음 주는 자녀들과 학교에서 인제 자작나무숲으로 견학이 예정되어 있다. 숲길을 걸을 때 자녀들이 뭐라고 쫑알쫑알거릴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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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어마어마한 굉음이 수시로 울린다고 한다. 다만 인간의 청각이 이를 인지 못하기에 이 지구에서 평온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벌은 꽃을 찾는데 유용한 자외선을 본다고 한다. 인간은 인간의 오감으로만 현실을 인식한다. 인간의 지각 범위를 벗어난 것은 애초에 인식하지 못한다.
2차원인 선 위에 1차원인 점의 개수는 무한하다. 거리를 이동하면 시간이 발생되니 2차원의 선 위에 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다 들어차있다. 3차원 존재인 인간은 1차원과 2차원이 다 이해된다. 3차원인 공간 속에는 2차원의 면이 무한하다. 3차원을 인식하는 인간은 1,2,3차원이 쉽사리 이해된다.
마찬가지로 4차원에서 보면 3차원의 공간이 무한하다. 우리가 사는 이 3차원 공간에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해 모든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3차원 존재인 우리가 이를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말 그대로 다중우주, 시뮬레이션 우주가 펼쳐진다.
우리의 의식 너머에 게임처럼 가능한 모든 경우의 삶이 중첩되어 정보로 저장되어 있다. 우리가 자각하는 현실은 그중 하나의 가능태가 물질화된 것이다. 이 지점이 시크릿에서 말하는 심상화의 배경이 된다.
깨어서 원하는 현실을 그리면 그 현실이 서서히 고체로 굳는 것이다. 다만, 이곳은 꿈과는 다른 물질계이니 굳는 시간이 필수이다. 그러니 꾸준히 심상화하면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상의 루틴에 심상화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