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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less Oct 22. 2024

ep-15. 농촌 유학의 장점과 단점

세상은 내속에.


ep-15. 농촌 유학생활의 장점과 단점          



장점    


 


농촌유학의 첫 번째 장점은 단연 맑은 공기와 쾌적한 자연환경 그리고 일상의 여유로움이다. 회사 사무실에서 바라보았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하나의 계절이었지만 지금은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체험 중이다.   


  


학교의 규모와 교직원 수에 비해 다분히 쾌적한 환경에서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 도 큰 장점이다. 도시에서는 받기 힘든 관심이다. 많은 학생을 케어하려면 불가피한 부분이다.    


 


아이들이 귀하다 보니 마을 어른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신다. 이에 항상 예의 바르게 인사를 시킨다. 서울에서는 위아래 누 가사는지도 몰랐고, 엘리베이터에서는 언제나 어색함만 흘렀다. 누가 누구인지 아는 이곳은 인성과 예의를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넉넉한 펜션지기 덕에 무공해 반찬의 호화스러움은 덤이다. 


 









   



저녁에 학원을 보내지 않고(물론 보낼 수도 없다) 다 같이 책상에 둘러앉아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 자녀의 기초 교육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 이 시간이야 말로 농촌유학의 꽃이다. 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졌고 우리는 오순도순 모여있다. 자녀들과 좌충우돌이 일상이지만 어찌 되었건 자녀들과 붙어서 지지고 볶을 수 있는 이 시간은 내 인생의 최고 순간이다.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우리 가족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된다. 자녀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로 조금은 무너졌던 나의 건강도 날로 새로워진다.



비 오는 산속 가을 풍경에 따듯한 커피 한잔이 간절해진다. 참 감사한 요즘이다.     



단점     



거미, 모기, 벌, 파리, 지네 등 각종 벌레와 곤충이 출몰한다. 다행히 세 달째 접어든 산골 생활이어 웬만한 벌레는 적응을 마쳤다. 도시의 경험뿐인 자녀들도 처음에는 벌레에 과하게 반응을 했었는데 요즘은 그 반응이 자연스러워진다.


     


차로 5분 거리에 편의점이나 커피숍은 있지만 병원이나 도서관 같은 편의시설은 부족하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읍내?로 나가야 한다. 어제 첫째가 두통과 고열에 시달렸는데 막상 이런 상황을 닥치니 조금 난감했다. 다행히 컨디션이 곧 돌아왔지만 여러 종류의 상비약 준비를 마음먹었다.  


   


곧 찾아올 겨울 추위와 난방비에 대한 걱정도 있다. 애초에 도시와 시골의 장점만을 취할 셈이기에 겨울 방학은 서울에서 보낼 작정이다. 평일에는 서울에서 도서관을 오가다가 주말에 펜션에 머물며 설경도 보고, 눈싸움도 하며, 빙어 낚시 같은 겨울철 행사도 참석할 계획이다.     



이곳이 산골이라 약간의 루즈함이 있다. 다만 20여 년 가까이 번잡한 도시와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분주하게 지내온 터라 이 루즈함은 여유로움으로 쉽게 대체된다.     


언제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다. 벌레가 싫으면 지금껏 하던 대로 도시에서 학교를 보내고 아파트 생활을 하면 된다. 농촌유학의 다양한 장점을 얻고자 한다면 감수해야 할 부분은 당연지사.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장점이 단점에 비할바가 아니다.      



농촌유학 참 잘 선택했다.    










   


세상은 내 안에.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나무 한그루가 쓰러진다. 소리가 날까? 알 수 없다. 만약 듣는 이가 근처에 있었다면 소리가 날 것이다. 그렇다. 내가 있어야 세상이 존재한다. 객관적인 현실이 나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인식하는 내 속에 온 세상이 있을 수도 있다.     



꽃을 본다. 눈을 통해 뇌로 화학 신호가 전달된다. 뇌에서 꽃의 형상이 재조직된다. 그제야 꽃이 보인다. 아니 꽃이 보인다고 뇌에서 느낀다. 내 속에 이미 있기에 


보이는 것이다. 청각과 후각을 비롯한 인간의 나머지 감각도 마찬가지이며, 


같은 이치로 과거와 미래 모두 내 속에 이미 존재할 수 있다. 그러기에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도 현실의 삶이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관점의 전환은 생각의 전환을 이끈다. 나라는 사람이 차가운 세상에 홀로 던져진 객체가 아니었다. 내가 세상이고 온 세상이 내 속에 이미 존재한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존재한다는 현인들의 말을 기억해 낸다.     



밖을 향한 눈을 수시로 안으로 돌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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