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일수록 전체를 보는 시야는 좁을 수 있습니다_무한도전 토토가와 코닥에서 배우는 전문가의 한계
"전문가일수록 시야가 좁을 수 있다"는 역설은 우리가 새로운 혁신과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깊은 지식은 강점이지만, 때로는 '고집'이 되어 넓은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전문 분야에 대한 확신과 기존 성공 방식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대표적인 4가지 사례를 같이 나눠보려 합니다.
1. '토토가': 전문가들의 혹평을 뒤집은 대중의 힘
MBC '무한도전'의 레전드 기획이었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초기에 제작진인 PD와 작가들로부터 "올드하다", "요즘 트렌드가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또한 높은 제작비가 들거라는 우려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방송 전문가로서 '현재의 시청률 공식'과 '젊은 시청자들의 니즈'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추억'과 '향수'라는 방송 전문가들이 놓친 더 넓은 감정적 니즈에 열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토토가'는 단순한 예능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전문적인 분석을 넘어선 넓은 시야와 대중의 본질적인 욕구를 읽는 것이 성공의 열쇠였음을 보여줍니다.
2. 러닝 코치들의 자세 분석 오류: '이론'이 '현실'을 가릴 때
200여 명의 러닝 코치들을 모아 놓고, 다수의 러너들의 달리기 영상을 보여준 뒤 그들의 자세만으로 누가 가장 효율적으로 달리는지 분석하게 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대부분의 코치들이 잘 달리는 러너를 틀리게 지목했습니다.
이들은 '이상적인 러닝 자세'라는 전문 지식의 프레임에 갇혀, 실제 러너들이 가진 '개인의 신체적 특성과 효율성'을 간과했습니다. 즉, 머릿속의 이론과 교과서적 지식이 실제 현장의 복잡하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된 것입니다.
전문 지식은 도구일 뿐, 그것이 현실을 꿰뚫어 보는 시야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3. 코닥(Kodak)의 몰락: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도 실패하다
코닥은 필름 카메라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였습니다. 1975년, 코닥의 엔지니어였던 스티븐 사순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습니다. 코닥은 이 기술을 가장 먼저 확보한 사진 기술의 최고 전문가 집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닥의 경영진은 "이 기술은 필름 판매라는 우리 핵심 사업을 위협할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고, 디지털 기술 상용화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자신들의 '필름 전문가'로서의 전문성과 과거의 성공 방식에 대한 집착이, 결국 미래 산업의 물결을 막는 좁은 시야가 되었습니다.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도 스스로 시대를 거부하여 몰락한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4. 카너먼 교수의 '슈퍼 예측' 연구: 확신이 판단력을 해칠 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연구에서 나타난 '슈퍼 예측(Superforecasting)' 결과는 전문가의 좁은 시야를 과학적으로 입증합니다. 정치, 경제 등의 미래 예측 정확도를 측정한 결과, '자신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예측 정확도가 오히려 다양한 관점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반인이나 비전문가 그룹보다 낮았습니다.
'깊은 전문 지식'은 종종 '지나친 확신'을 낳고, 이 확신은 새로운 정보나 반대되는 증거를 무시하게 만듭니다. '나는 이 분야를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이 오히려 '객관적인 시야'를 가려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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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고인물'이 아닌 '흐르는 물'이 되어야 합니다
전문가로서 탁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을 '고집'이 아닌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전문가일수록 시야가 좁을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고, 지식의 깊이와 시야의 폭을 동시에 넓히는 '흐르는 물'같은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주변에서 "내가 이 분야에서만 몇 년을 일했는데~"라는 말을 말버릇처럼 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그 분들이 해당 분야에서 몇 십 년 경력을 쌓은 전문가라도, 현재의 트렌드와 흐름을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지식'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도 'OO분야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스스로 의심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