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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틈새 06화

수평선 아래의 마음

by 담은

우리나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깊은 우물의 바닥은 드여다 볼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보다 더 깊고 복잡해 쉽게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길지 않지만 이리저리 얽혀있어서

그 속을 다 알기란 어렵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부딪치고 흩어지기 때문이다.


오늘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다의 속은 굴곡지고 거칠지만,

그 위를 덮은 수평선은 언제나 평온하다.

겉은 고요하지만, 그 아래에는 수많은 골짜기와 해류가 서로 뒤엉켜 흐르고 있다.


사람의 마음도 바다와 닮았다.

겉으론 평온한 듯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말하지 못한 슬픔과, 스스로도 모르는 불안이 자리한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을

알려고 애쓰지 않으려 한다.

그 깊고 복잡한 바다의 속을

굳이 다 알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대신,

바다를 비추는 등대가 되고 싶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폭풍을 지나 아늑함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멀리서 조용히 불빛을 내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기보다,

그 마음이 흔들릴 때 곁은 비추어주는 사람.

바다를 가르는 대신,

그 바다를 건너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묵묵히 빛을 비추는 사람.

그렇게 곁에 조용히 머물러 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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