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크랙업 캐피털리즘>, 퀸 슬로보디언 저
퀸 슬로보디안Quinn Slobodian 저자의 <크랙업 캐피털리즘(Crack-Up Capitalism)> 을 읽었다. 사실 처음엔 제목부터 무슨 소린지 생소했다. 자본주의를 쪼개어 대체재를 만들자는 건지, 시장급진주의자가 언급되는 걸로 봐서는 그건 또 아닐 것 같은데 등의 의문. 서평단의 매력은 이런 점일지도 모른다.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책을 읽기 위해 개념을 검색하고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더 나아가 저자의 인터뷰 등을 찾아보는 과정이 동반된다는 점. 작년에 꽤 핫했던 건지 저자인 교수님이 여기저기 나와서 인터뷰를 하셨길래 몇 편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이 글은 해당 분야 문외한인 내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기록한 최소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저자가 주장하는 크랙업 캐피털리즘Crack-Up Capitalism 이란 무엇인가? 아마 극단적인 탈규제주의자들, 즉 시장 급진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말로 바꿔보면 균열자본주의, 구멍내기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말 그대로 도시, 국가 전체에 '구멍' 을 낸다. 이 구멍을 낼 수 있었던 기반은 법의 손길이 가해지지 않는 구역zone 을 찾거나 심지어 그들이 자체적으로 구역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중앙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치외법권과 마찬가지인 구역에서 시장 시스템을 뒤흔드는 이들은 사회적 구성원 다수의 합의를 기반으로 지탱되는 민주주의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왜냐하면 다수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를 불신함과 동시에 '경제적 자유' 의 장애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에 따르면 민주 정부는 규제가 너무 많고 시장 역동성에 장애물이 될 뿐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움직임은 결코 다수의 국민들이 합의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소수의 특권층만을 위한 혜택으로 변모된다.
책은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들과 마찬가지로 마가렛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을 필두로 한 신자유주의의 부상을 분석하면서 전개된다. 자본의 사유화, 탈규제, 정부 역할의 축소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크랙업 캐피털리즘' 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책은 특히나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홍콩과 두바이와 같은 도시들을 통해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s (SEZs) 및 인가 도시Charter Cities 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두 유형은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중앙 정부의 법과 규제를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적용한다. 이로 인해 기업 친화적 환경이 만들어지나 동시에 민주적 감독이 부재한 까닭에 경제적 불평등이 야기되고 더 나아가 환경적 악영향까지 끼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시장급진주의자들은 사람이 없고, 비어 있는 공간에서의 자본주의 최적화를 이루기 위해 위 모든 것들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저자의 말마따나 구역에는 사람이 거주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음에 분명하다. "비어 있는 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연대를 통해 "물이 되어" 이곳에 존재하는 이들이 있으며 그들은 결코 깨지지도, 부서지지도 않다는 사실을 끝없는 목소리를 통해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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