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여지는 목표가 있다면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가만히 침대에 누웠다.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빛을 차단한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안으로 파고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노래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다 확 일어나 글을 쓰려고 앉았다. 딱히 쓰고 싶은 복잡한 생각이 넘쳐나서 앉은 건 아니다. 그냥 쓰고 싶은 느낌에 앉았다.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나지만 올해 들어 바쁜 일이 없었다 보니 더 생각이 많아졌다. 밖을 향했던 내 관심들이 안으로 돌려져서 그런 거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이 생각한 건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였다. 그냥 대학에 들어와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남들 하는 대로 졸업하고 취업해 일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할 건지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달까. 그저 당장 내 앞에 마주한 과제를 해치우듯 살아온 게 전부다.
나는 타지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이른바 comfort zone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 뭔가 막힌 듯 답답한 느낌. 타지라고 해서 먼 곳일 필요는 없지만,, 더 넓고 큰 환경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 물론 단순히 답답해서, 더 큰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들도 많지만 주된 이유는 그렇다. 더 넓은 환경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망의 길은 멀리서 봐도 가시밭길인 게 보인다. 애초에 내 목표에 이르는 것도 힘들겠지만, 막상 가봐도 못 견디고 다시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다. 내게 늘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 친구들, 매일 봐서 지겨울 때도 있지만 안 보면 보고 싶을 동기들, 그냥 학교 앞 맛집.. 모든 게 그리울 수도 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는 게 익숙함에서 벗어나 얻을 고통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을지, 아니면 그저 내가 장점만을 보고 환상에 갇혀 사는 건지는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을 거라는 거다. 그냥 단순하게 살고 싶다. 노력은 하되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돌아가야지.
초등학생 때 영어말하기 대회를 나간 기억이 있다. 사실 내가 나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그 대회에서 인용한 명언 한 문장만큼은 지금도 기억난다. Boys, be ambitious! 때론 과감하게, 때론 여유롭게. 단순히 살고 싶은 방향으로 그냥 날개를 펼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