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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 Sep 13. 2024

측은지심


측은지심: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나를 동정하는 이가 있었다. 

그이는 나를 위한다는 마음이었지만

어쩐지 그이를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그이는 나를 위하는 마음에 많은 것들을 베풀었다.

정신적인 것부터 해서 물질적인 것까지.

나는 점점  많은 것들을 그이에게 의존했다. 



문득 나를 동정하는 그이의 눈빛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해갔다. 

그이가 나를 그렇게 만든 건 아니다. 

나도 나를 불쌍히 여겼으니. 

과연 이렇게 불쌍히 여기고 서로 돕는 관계가 맞는 걸까. 

우리는 균형 있는 사이인 걸까.

나는 잠시 그이와의 관계를 끊기로 했다. 




세찬 비바람을 혼자 맞을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우산도 없이 우수수 떨어지는 빗물을 맞이하며

내가 초라하단 걸 깨달았지만 생각보다 물에 절인 내 모습이  추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비를 쫄딱 맞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했다.

가장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내 발로 차를 마실 곳을 선택하고, 내가 원하는 종류의 음료를 시켰다. 

혼자임에 적적했지만 내가 선택한 것을 취하는 그 순간이 마음에 들었다. 



스스로 선택한 무언갈 배우기 시작하고,

거기서 엮인 사람들과 곤란함이 생길 때 글을 쓰며 마음을 털어내버렸다.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난생처음 알았다. 



나는 불쌍하지 않았다. 

초라해도 못나지도 않았다. 

나는 별로지 않았다.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었다. 



나를 불쌍히 여겼던 그이는 측은지심에 그랬을 거다.

나를 안된 사람으로 보게 만든 것은 어쩌면 내 탓이었다. 

내가 자꾸만 기댔고, 내가 자꾸만 울어댔기에

그이는 나를 그런 사람으로밖에 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일상은 내가 선택한다. 

그 누가 뭐래도 내 삶이니깐.

다른 어떤 이의 삶도 초라하게 보지 않으려 한다. 

불쌍하게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그는 그저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중일 지도 모르니깐. 

어쩌면 그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일 테니깐.

내 생각이 이 세상의 중심은 아니니깐.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는 잠시 잊기로 했다. 

다른 이의 삶을 불쌍히 여기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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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splash,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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