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호탕하게 말하는 자여,
죽으면 모든 것이 함께 죽으니까.
고통도, 기억도, 후회도 모두 사라지니까.
2006년 10월 3일,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화재로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의범이 아버지 김재윤 씨는
몸의 76%가 불에 녹아내리고, 장기마저 대부분 손상되어 죽음이 너무나 가까웠다. 매일 같은 시간에 그는 온몸에 감긴 진물에 들러붙은 붕대를 떼어 내고 식염수 소독을 해야 했는데, 이보다 더한 고통을 나는 상상해 본 적 없다.
그의 몸과 머릿속은 여전히 불에 타고 있었고, 그의 기억은 너무나 뚜렷했고 현재는 어렴풋했다.
죽음을 감히 생각할 수도, 바랄 수는 더더욱 없는 괭이잠 속에서 3개월을 보낸 그가, 드디어 죽음을 맞았을 때 나는 한숨을 쏟아냈다. 이미 죽은 그의 죽음을 티브이로 보면서 나는 안도했다.
죽음이란 그런 것
때도, 방법도, 과정도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두려워해야 하는 것
그것을 선택하는 자에게는 그것을 선택하기까지의 극도의 절망만이 있었음을
그 시간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며 공포임을
비로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우리에겐 생의 축복인 것을
그러니 일상의 당신은 죽음을 두려워해야 마땅하다.
그 두려움이 너와 내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쳐들고 앞으로 걸어가게 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