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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완성된 아이(3)

챕터 3. 소속과 자유

by 리들

러시아 북부의 늦겨울.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어제까지 테론이 뛰어다니던 발자국은 현관 앞에서 끊겼다. 집은 더 넓어 보였고, 고요는 체스판의 빈 칸처럼 선명했다.

서재에는 잉크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다. 어머니가 탁자 위에 봉투 하나를 내려놓았다. 논문 뭉치가 아니라, 봉투.

“제스에서 왔다.”
목소리는 담담했다.

알렉산드라는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두 장의 서류가 있었다.


<제스 원리학교 입학 심사 요강>
- 연령 제한: 17세 이상 혹은 이에 준하는 학문적 지식을 갖춘 학생

- 제출: 필기 · 연구 초록 · 구술 토론


그 아래, 얇은 종이 한 장이 더 붙어 있었다.


<예외 심사 통지>
귀하의 연구 성취에 근거하여, 연령 예외 심사가 검토될 수 있음.
- 사전 제출: 문제 해결 보고 2건, 연구 초록 1건
- 접수: 비대면, 우편 혹은 중계함 사용
- 이름 명기 필수


알렉산드라는 숫자 ‘17’에 잠시 시선이 걸렸다. 여전히 벽처럼 보였다. 그러나 바로 아래 문구가 틈을 열었다. 예외 심사...

.

.

.


그녀는 책상으로 돌아가 공책을 펼쳤다. 오래 붙들던 문제 두 개를 다시 꺼냈다.
첫 번째는 경계가 빠진 증명. 빠진 항을 복원하고, 여백에 간단히 정리했다.
두 번째는 사라지는 항. 표기를 바꾸자 오류가 드러났다. 짧게 보고서를 붙였다.

마지막으로, 얇은 종이에 연구 초록 초안을 적었다.
제목은 단순했다. 경계의 최소.

손은 아직 작았지만, 글줄은 또렷했다. 종이를 모아 묶는 순간, 이건 더 이상 연습장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말없이 지켜봤다.
프린터도, 펜도 멈춘 방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만 또렷했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이름 써.”

알렉산드라는 연필을 쥐었다. 서류 맨 앞, 발신자 칸.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

Alexandra Riddle.

글씨는 삐뚤었지만, 종이는 그 이름을 받아냈다.

옆 여백에, 그녀는 작게 덧붙였다.

없음은 문이다.

샹들리에의 그림자가 천천히 책상 위를 지나갔다.
그림자가 종이 위를 덮는 동안, 이름과 문장은 잉크처럼 자리를 굳혔다.

알렉산드라는 공책을 덮지 않았다. 오늘 적은 글은 더 이상 연습이 아니었다.
소속은 시작됐다.

그러나 동시에, 그 안에서도 자유를 만들겠다는 선언이 이미 새겨졌다.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한 아이의 이름이 처음으로 세상에 도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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