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택 외부 계단 아래, 좁은 틈새가 있었다.]
그곳을 보금자리로 삼아,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을 낳았다. 처음엔 이따금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집 주변은 고양이들의 울음으로 소란스러워졌다. 마침내 누군가 고양이들이 위협이 된다며 옮겨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물망을 들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미 어미와 대부분의 새끼들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그 자리에 남아 있던 건 작은 고양이 한 마리뿐이었고, 어둠 속에서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어미의 품도, 남매의 체온도 사라진 빈자리에서, 작은 몸은 숨을 죽인 채 버티고 있었다. 다행히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보호소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처음 발견된 그곳으로 다시 데려다 놓을 수도 없었다. 누군가는 구조라고 불렀지만, 그 어린 몸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의 시작이었다.
의료진은 아내의 자궁벽이 너무 얇아졌다고 했다.
아내는 한 번의 자연분만과 세 번의 제왕절개를 견뎌냈다. 그 과정에서 자궁벽은 점점 약해졌고, 더 이상의 임신은 곧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그 벽은 네 남매가 자라기 위해 아내가 묵묵히 감당해야 했던 경계였다. 그리고 육아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 경계를 다시 일깨우는 일이기도 했다.
그 경계 앞에 머뭇거리는 또 다른 몸이 있었다.
퇴근 후 집 앞에 도착한 나는 차에서 커다란 케이지를 꺼냈다. 그 안에는 회색과 흰색 털이 뒤섞인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구석에 엎드려 있었다. 지난밤, 편의점에서 사 온 고양이용 캔을 넣어주었지만, 아침에 보니 그 위엔 간신히 찍힌 혀 자국 하나만 남아 있었다. 분명 배가 고팠을 텐데, 낯선 냄새와 공간 앞에서 녀석은 여전히 주저했다.
나는 케이지를 조심스레 문 앞에 내려놓고,
빈손으로 방충망을 드르륵 열어 집 안으로 들어섰다.
방충망을 여는 소리에 아이들이 달려왔다. 넷이 줄지어 내 품에 안겼고, 그 무게는 어느새 묵직해졌다.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웃으며 집 안을 바라보니, 아내가 싱크대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아내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짧은 망설임 끝에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고 말했다.
문 밖에서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흘러들었다. 그 순간, 집 안의 공기가 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다. 나는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의외로, 아내는 물기를 털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정말?”
한마디를 툭 내뱉더니 곧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 역시 뒤따랐다. 아내는 케이지 앞에 쪼그려 앉아, 구석에 잔뜩 웅크린 작은 고양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조금 전까지 아내가 서 있던 싱크대 앞에 섰다. 그릇을 씻으며, 퇴근 후에도 집안일을 거드는 착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내 몫이 아닌 일을 해주고 있다는,
어딘가 빗나간 만족감이었다.
그때 집 안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낯설고도 가늘며, 끊임없이 이어지던 소리. 누군가는 그것을 구조라 말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밤새 울던 작은 몸에게 그 일은 구조가 아니라 이별이었다.
그 울음을 들으며 문득 아내가 떠올랐다. 내가 집안일을 도왔다고 믿는 사이, 아내는 홀로 빠져나올 수 없는 감정 속—지금 고양이가 갇혀 있는 케이지 같은—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아내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해하려는 시도마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때로 아내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을 던질 때, 나는 바로 반응하기보다 잠시 멈추었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내 마음에도 작은 여백이 필요했다.
치열한 갈등과 화해가 매일 이 집 안에서 반복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먼저 마주한 타인이자, 동시에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벽—아내의 자궁벽처럼—이었다.
이곳에서 말 없는 언어와 공감의 순간은, 나도 네 남매들도 일상을 살아가는 길 위에서 불쑥 떠오를 것이다. 언젠가 삶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떠올릴, 가장 고요하고 단단한 경계. 그 경계는 우리가 함께 살아낸, 이 아내의 집이었다.
설거지를 마친 뒤, 나는 케이지 속에서 울고 있던 고양이를 풀어주었다. 집 안 어딘가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작은 몸은 마침내 조심스레 다가와,
그제야 캔 안의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