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ChatGPT 생성형 AI — 실제 인물이 아닌 ‘상징적 인물’의 표현입니다.
비가 쏟아졌다. 우산 없이 골목을 가르며 달렸다.
물 튄 벽을 어깨로 훑고 지나쳤고, 젖은 바짓단이 발목을 휘감았다. 손에 든 가방이 팔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사람들 틈이 갈라지자, 문턱에 앉은 그림자가 시야를 붙잡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로 늘어진 긴 귀가 빗결을 타며 떨렸다.
골목 끝의 불빛이 물속처럼 흔들렸다. 발소리는 멀리 씻겨 나가고, 빗방울이 공기를 가르며 내 곁을 스쳐 떨어졌다. 그녀의 시선이 나를 걸어 멈추게 했다.
한 줄기 물이 눈두덩에서 '툭—' 흘렀다. 턱을 지나 목선을 따라 길게 내렸다. 물은 옷깃을 파고들어 천을 적셨다.
빗발 사이로 가느린 음성이 길게 끌렸다.
그 음이 귓가를 지나가자 흔들리던 불빛이 뒤집히고, 골목이 사선으로 기울었다. 발끝 아래 바닥이 미끄러져 나갔고, 사람들 그림자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쿵!"
몸이 먼저 일어났다. 벽에 둔탁한 소리. 큰애가 몸을 말고 벽에 이마를 박고 있었다. 밀린 이불을 걷어 올리고 아이를 안아 화장실로 데려갔다. 따뜻한 물소리가 짧게 떨어지고, 아이의 어깨가 풀렸다. 다시 눕혀 주고, 뒤척이는 뺨을 한 번 쓸었다.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귓가를 스친 건 빗소리였다. 커튼 틈으로 가로등이 스며들어 벽에 얇은 금을 그렸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잠깐, 그 금을 따라 눈을 멈췄다.
아내 방 문을 살짝 밀었다. 막내가 젖을 문 채 잠들어 있었고, 아내의 머리칼이 얼굴을 반쯤 덮고 있었다. 막내를 조심히 떼어 옆에 눕히고, 그 곁에 앉았다. 뺨을 덮은 머리칼을 걷어 귀 뒤로 넘겼다. 손끝이 어깨를 지나 등으로 천천히 미끄러졌다. 아내의 숨이 작게 흔들렸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방을 나서려 하자, 아내가 몸을 돌려 눈을 떴다.
"왜 그래... 잠이 안 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아내가 상체를 일으켜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목덜미에 온기가 번졌다.
"나갈까?"
아내가 낮게 물었다.
"응..."
이불과 베개를 들고 발끝으로 걸었다. 식탁과 싱크대 사이, 어둠이 어깨에 걸렸다. 아내가 등을 내 쪽으로 돌렸다. 손끝이 옷자락을 집어 내렸다. 천이 팔을 타고 내려가 무릎을 스치며 바닥에 닿았다. 낮은 울림이 마루를 한 번 울렸다.
나는 등을 감싸 안았다. 머리칼이 흔들리며 턱끝을 스쳤다. 이마가 천천히 내려와 어깨에 머물렀다. 마주 선 첫 숨이 얕아졌다. 발끝이 엇갈리고, 내 발등이 아내 종아리를 가볍게 비껴갔다.
먼 데서 가느린 울음이 누군가를 불렀다. 아내 어깨가 살며시 떨렸고, 무언가 가슴에서 '툭—' 한 방울이 떨어졌다. 바닥에 깔아 둔 수건 끝이 서서히 번져 갔다.
"기다릴게."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아내가 내 얼굴을 한 번 더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건을 여미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가볍게 닫았다. 울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잦아들었다.
나는 싱크대 앞에서 그대로 섰다. 주방등이 스테인리스를 타고 번졌다. 흐릿한 떨림 속에서 내 윤곽이 얼비쳤고, 길 잃은 그림자가 금속 표면에 눌어붙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젖 냄새가 목을 타고 올랐다.
"후우."
문을 밀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옆으로 누워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아이의 입술이 자면서도 오므라들 때마다 젖 빠는 소리가 짧게 이어졌다.
나는 곁으로 다가가 이불 끝을 당겨 살짝 덮어주고, 작은 머리를 한 번 쓸었다. 막내의 숨이 반쯤 잠긴 얼굴에서 부드럽게 흘렀다.
가로등 빛 한 줄이 커튼 틈을 지나 아내의 어깨에 희미하게 걸렸다. 나는 그 곁에 조심스레 앉았다. 방 안 공기가 따뜻했다. 아이가 천천히 젖을 놓자, 아내의 손이 힘 빠진 듯 흘러내렸다.
나는 이불 가장자리를 손등으로 들어 올리고, 팔을 깊게 둘러 아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몸을 붙여 눕자, 둘의 숨이 겹쳐 들렸다. 팔을 뻗어 이불을 조금 더 끌어올렸다. 이마를 등에 대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괜찮아..."
어둠 속 어디선가 낮은 속삭임이 번졌다. 말끝이 느리게—빗속에서 듣던 그 길이로—귀 끝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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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잊히지 말아야 할 역사의 상처를 기억하며 쓰였습니다. 그러나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