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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유포리아>

정유미, 이세준, 신준민 3인 단체전

by 민경우

오랜만에 그림을 보러 갔을 때 조명이 없는 미술관 혹은 갤러리에 다녀오신 적 있으신가요? 전시회를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조명의 중요성을 잘 아실 텐데요. 인조광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광을 이용해서 작품들을 전시하는 뮤지엄이 있어요. 바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입니다.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이신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잘 알려져 있죠. 곡면과 백색으로 이루어진 전시공간은 단순하지만 깊이감이 느껴지는 장소예요. 이번에는 장소와 분위기가 꽤 잘 맞는 전시회를 다녀왔는데요. 현재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린 3인 전 <유포리아>가 오는 6월 29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신준민, 이세준, 정유미 3인전 <유포리아> 포스터.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2018년부터 실험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예술세계를 지닌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유포리아> 전시회는 프로젝트 시작한 이래로 9번째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지닌 프로젝트를 이제야 알게 되어 '그동안 내가 뭐 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시회 타이틀 '유포리아(Euphoria)'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고 강렬한 행복감과 지속적인 기쁨의 상태라는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유미, 이세준 그리고 신준민 작가님께서 참여했습니다. 제가 다녀온 날이 4월 15일이었는데요. 이 날따라 정말 날씨가 좋아서 자연채광과 함께 작품 속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했죠. 그리고 저도 이번에는 신진작가들을 알리고자 하는데 보템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유포리아> 전시회를 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외관전경.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1. 완벽한 무경계의 자유


이번 전시회에서 먼저 소개하고픈 작가는 바로 정유미 작가님인데요. 순수미술과 한국화를 전공하신 작가님이시죠. 최근 작품들을 보면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셨어요. 보면 자연에서 나오는 소재들을 잘 활용해서 작품들을 완성했습니다. 이를테면 구름, 섬 그리고 바다, 하늘 등등 있죠. 털실로 구름을 표현한 것을 보면 되게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받아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3명의 작가들 중에 가장 섬세한 작가가 아닌가 싶었어요.


<유포리아> 전시를 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전시전경. 전시 초입부분.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가장 먼저 소개할 작품은 2024년작 <구름 산>입니다. 전시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인데요. 구름을 보면 털실로 표현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구름과는 다르죠. 그래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모습이 공기의 흐름을 함께 볼 수 있는 차별점이 있어요.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이 섞인 청록색으로 하늘을 표현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작품은 아닌데, 꿈속에서나 나올법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구름이 산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작가님의 의도대로 자연의 웅장함도 보여주고 있어요. 재미난 점은 그저 눈으로만 즐기는 것도 있지만, '저 구름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촉각적으로도 느끼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상하기 편한 색이 적고 단조로운 작품을 좋아하는데 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작품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구름 산>,194cm x 130cm,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쉬고 있는 섬>입니다. 먼저 소개한 작품보다 좀 더 입체감이 느껴지는 작품인데요. 구름에 덮인 섬에다가 여백을 푸른색으로 표현해서 물 위에 떠있는지 아님 하늘에 떠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구름의 텍스처가 강해 보여서 안에 푸른색의 그러데이션이 눈에 띕니다. 흰색과 푸른색 그리고 초록색의 조화가 신비롭게 이루어진 모습이 저기 작품 속에 신선이나 도인이 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품을 봤을 때 조선후기 대표소설 중 하나인 '구운몽전'에서 나온 고사성어 남가일몽(南柯一夢),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떠올랐습니다. 우선, 작품 제목에서 <쉬고 있는 섬>이 저에게는 현실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고요한 이상적인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몽환적인 풍경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죠. 구운몽전은 꿈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쉬고 있는 섬> 역시 고요한 공간 속에서 저를 돌아보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경험을 선사해 줬습니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이 자아 성찰의 장소처럼 느껴졌죠. 자연을 바라보고 그리신 작가님의 의도와는 달리 저에게는 묘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작품이었습니다.


<쉬고 있는 섬>,250cm x 180cm, Acrylic on Canvas, 2021.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번에는 구름이 아닌 잔잔한 풀밭 혹은 잔잔한 물결을 표현한 듯한 작품이 보이는데요. 가로가 5미터가 되는 대작입니다. 두 개의 캔버스가 이어져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방식은 시각적인 확장감을 주고, 붓끝으로 하나하나 표현한 것으로 보아 미묘한 리듬감을 만들어냅니다. 두 개의 풍경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고요하고 차분한 푸른색의 분위기는 자연의 부드러운 숨결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품을 보면서 이번에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 생텍쥐페리 작가의 <어린 왕자>가 떠올랐어요. 수평선 위로 흐릿한 두 개의 형상이 보입니다. 왼쪽에는 작고 둥근 형태가, 오른쪽에는 비교적 크고 완만한 곡선을 가진 형태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형상들은 섬이나 언덕 또는 산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제 눈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보였어요. 사실 작품이 추상화라는 점과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흐릿한 형상이 저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 흐릿함 속에서 보아뱀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이 작품이 꼭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자연의 변화와 촉각적인 것을 표현했지만, 재밌는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바라본 저에게는 아주 흥미로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부드러운 호흡>,150cm x 500cm, Acrylic on Canvas, 2021.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정유미 작가님의 2015년도 그려진 작품들. 최근에 그려진 작품들과 비교하면서 참고하시면 됩니다.




2. 네버 엔딩 스토리


두 번째로 소개할 작가님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세준 작가님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를 통해 작가님만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언뜻 보기에는 난해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작가님만의 유쾌함과 유머러스함을 발견할 수 있고, 현대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이나 익숙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작품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했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뭔가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죠. 저 같은 경우는 작품 속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면서 감상을 해보았습니다.


신준민, 이세준, 정유미 3인전 <유포리아>를 연 전시회 전경.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세준 작가님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사이즈가 큰 대형작품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페이스 아케이드>라는 작품이 눈에 띄는데요. 이 작품은 여러 개의 패널이 이어져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대형 회화 작품입니다. 작가님은 이 작품을 통해 도시의 풍경, 건축물,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담아냈어요.


2018년에서 2023년까지 제작기간이 무려 5년이나 되는데요. 앞서 설명했듯이 작가님의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를 작품에 담으려고 하십니다. 그래서 5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 동안 작가님이 관찰하고 경험한 다양한 시간과 공간들이 이 작품 속에 압축적으로 녹아들어 있죠. 여러 개의 다른 차원을 하나의 화면에 펼쳐 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뮤지엄에서는 작가님의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는데요. 작가님은 자신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들이 단순히 좋은 전시회와 좋은 작품들 소개를 너머로 독자들에게 또 다른 어떤 걸 전달하면 좋을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이 작품이 저에게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의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불타오르게 만들었네요.


<스페이드 아케이드>, 246.2cm x 1821.1cm, Oil and Fluorescent Pigment on Linen, 2018-2023.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무덤 안에서 본 하늘>입니다. 작품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품의 제목과는 사뭇 다른, 역설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왔죠.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수의 사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제가 봤을 때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님의 작품 중 타이틀인 <유포리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강렬한 행복감과 지속적인 기쁨의 상태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솔직히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는 오로지 죽음에 이르러야 느낄 수 있습니다. '강렬한 행복감과 지속적인 기쁨의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의 유포리아는 현실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경지이기에, 역설적으로 죽음에 이르러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작가님의 의도와는 무관할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일반적으로 무덤은 죽음과 사후 세계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러한 무덤 안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억압된 현실로부터의 탈출, 자유로운 영혼의 비상, 혹은 새로운 세계로의 시작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제목을 알기 전에는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던 작품이, 제목을 인지한 후에는 희망과 절망, 평온함과 불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작품은 역설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무덤 안에서 본 하늘>,145.5cm x 112.1cm, Acrylic&Oil and Fluorescent Pigment on Line, 2017.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3. 빛과 어둠의 판타지아


피날레로 소개할 작가님은 신준민 작가님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이에요. 많은 화가들이 자연광이나 노을을 그리지만, 작가님은 인공조명을 위주로 작품들을 그리고 있죠. 그래서 작품들을 보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2024년도에 파이프 갤러리에서 작가님을 접하고 이번 전시에서 또 감상하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거의 자연광으로 이루어진 장소입니다. 하지만 인공조명을 위주로 작품활동을 하는 신준민 작가님의 작품이 여기에서 어떻게 녹아들지 알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서 신준민 작가는 빛이 가진 순수한 에너지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채로운 색의 변화를 통해 '유포리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강렬하게 쏟아지는 빛줄기, 빛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색의 조합, 그리고 빛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형태들은 보는 이에게 압도적인 에너지와 긍정적인 감흥을 선사하며, 예술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강렬한 행복감을 경험하게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신준민, 이세준, 정유미 3인전 <유포리아>를 연 전시회 전경.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어두운 작품인 <밤 빛>부터 소개할게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서 상단 부분은 비록 조그마하지만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빛의 절제와 강조가 느껴졌어요. 다소 정적인 구도가 차분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 한줄기의 빛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라고 느꼈습니다. 사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흔히들 말하는 인생이라는 정의가 밝은 빛 즉,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겪어야 하는 힘들고 어두운 시간이 필요하죠. 보이지 않는 희망과 좌절이 어둠이라면 저 밝은 빛이 여기에서 말하는 유포리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유명한 고사성어 고진감래(苦盡甘來) 떠오르는 작품이네요.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빛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밤 빛>, 300cm x 230cm, Oil on Canvas, 2023.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번에는 좀 더 밝은 작품인 <화이트 페어리>입니다. 작품의 첫인상은 인공조명의 빛을 발산하는 표현이 눈보라가 확산되는 느낌이라 차가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과 함께 감상을 하면 요정의 세계에 와 있는 것처럼 꿈속의 풍경을 연상케 하죠. 아마 실제로는 조명에서 나오는 빛은 상당히 강하겠지만, 작품에서는 은은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작품 전체를 감싸는 부드럽고 흐릿한 흰색과 푸른색의 조화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동화의 세계에 와 있는 듯해서 아주 잠시나마 동심의 행복을 느꼈습니다.


예전에 파이프 갤러리에서 작가님의 개인전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신준민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인공조명을 보면 새로운 시선에서 인공조명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인공조명의 소중함은 잊은 채, 자연의 빛에만 감탄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예술의 역사를 보면, 인공조명에 대한 예술적 탐구는 자연광에 비해 적었습니다. 자연광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누리는 편리함 뒤에 늘 인공조명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광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인공조명에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화이트 페어리>, 130.3cm x 162.2cm, Oil on Canvas, 2024.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마지막으로 작가님 작품 중 가장 밝은 작품인 <White light>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인공조명보다는 오히려 자연광하고 바다의 잔물결 윤슬을 표현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4월 26일에 열렸던 전시연계 라운드 토크에서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이 작품을 시작으로 빛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합니다. 인공조명에 대한 영감을 얻기 전에 완성한 작품으로 보이는데요.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빛입니다. 햇빛이 잔잔하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결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어요. 빛과 물뿐만 아니라 여백과 인물의 배치도 좋아서 풍경 자체가 주는 고요한 느낌이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고 있죠.


주로 흰색과 푸른색 계열의 섬세한 색감으로 맑고 청량한 기운을 선사합니다. 특히 빛의 다채로운 반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미묘한 톤의 흰색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이번 전시의 공간 연출 또한 탁월했습니다. 관람객의 시선 좌측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은 작품 표면에 부딪혀 마치 잔잔한 바다의 윤슬처럼 빛나는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인공조명을 주요 소재로 작업하는 신준민 작가의 작품이 자연광이 풍부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 전시된다는 점은 언뜻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White Light>을 직접 감상하시면 자연광을 머금은 작품은 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이러니한 느낌을 깨지게 만들어줍니다. 작품도 훌륭하지만, 공간을 잘 활용한 전시 연출도 돋보여서 인상이 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White light>, 300cm x 230cm, Oil on Canvas, 2022.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오랜만에 찾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3인 단체전 <유포리아>는 세 작가의 뚜렷한 개성이 돋보이는 풍성한 전시였습니다. 특히 신준민 작가님 작품을 기대하고 방문했지만, 이세준, 정유미 작가님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뜻밖의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가 젊은 작가들에게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고, 관람객에게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취지처럼 전시 또한 훌륭했습니다. '강렬한 행복감과 지속적인 기쁨의 상태'라는 의미의 전시 제목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특별한 기분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벌써 다음 열 번째 프로젝트가 기다려집니다. 앞으로도 프로젝트가 성료하시길 바라면서 마무리 지을게요.



ⓒShin Jun Min, Lee Se Jun, Chung Yu Mi, Courtesy of Mimesis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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