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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드스톤 서울 - 살보 : In Viaggio

따스한 색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by 민경우

작년 프리즈 아트페어 할 때였던 거 같습니다. 그 당시 송원아트센터에서 진행했던 <필립스옥션 특별전>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요. 색감의 따스함에 매료되어 한국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면 반드시 전시리뷰글을 써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작가님의 개인전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제가 소개하고픈 작가는 바로 이탈리아 작가 살바토레 만지오네, 우리에게는 살보(Salvo)라고 알려졌습니다. 작가님은 1947년생이시고 지금은 안타깝게도 작고(作故) 하셨습니다. 작가님은 어릴 적부터 그림에 대한 재능이 남달랐고 합니다. 한 때는 개념미술을 하시다가 1973년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회화로 완전히 전환하셨어요. 이번에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바로 살보의 회화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살보 개인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국내 최초로 열리는 개인전입니다. 물론 저는 팬심으로 적고 있지만, 한국에서 열렸던 각종 아트페어를 통해 살보의 작품이 한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한국에서의 인지도를 통해 작품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살보 재단(Archivio Salvo)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열린 개인전이라 더욱 의미와 있다고 보입니다.


Capriccio, 180cm x 140cm, Oil on Canvas, 1998, 출처. Phillips Auction.


현재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오는 7월 12일까지 살보의 개인전 <In Viaggio>가 진행됩니다. 전시 제목 'Viaggio'는 '여행'이라는 의미로, 살보가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린 실제 풍경과 상상 속의 장면을 담은 작품들을 주로 1988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 총 13여 점을 선보인다고 전합니다. 살보의 작품은 따스한 색으로 눈길을 끌지만, 흥미 있는 점은 바로 구상회화라는 점입니다. 사실 비현실적인 색과 다양한 색의 그림자를 표현해서 현실감 없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상 속 대상을 그리더라도, 그 대상이 구체적인 형태와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상회화로 봐도 무관합니다.


<살보 : In Viaggio> 전시를 연 글래드스톤 서울 전시전경. 전시 초입부분.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입구에 들어서면, 살보의 작품 <Mo>가 먼저 보입니다. 짧은 제목이 뭔가 함축적 의미가 있어서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끔 하는데요. 이 작품을 먼저 쓴 이유는 집들이 알록달록한 게 예전에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를 회상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인 '하지 레인'을 연상하게 했죠. 그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일 때문에 거주했던 거라 좋았던 기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많지만, 그래도 이 장소는 제 눈을 즐겁게 해 줬고 디자인이 되게 유니크한 물건들을 샀었던 기억이 있네요.


싱가폴에서 찍었던 '하지 레인' 풍경입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올린 사진입니다.


저의 얘기가 너무 길었네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작가님의 풍경화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기보다는 상상의 공간을 다루고 있죠.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좋아할 법한 작품들이 참 많은데요. 이 작품에서 색감들을 보면 강렬하면서도 정말 조화롭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건물들의 선명한 원색과 뽀죡한 지붕의 반복은 리듬감과 생동감을 보여줍니다. 아마 작가님이 어떤 장소를 여행했을 때, 느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건물들의 대비되는 색으로 조화롭게 표현한 게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 속 소재들은 매우 단순한 형태로 그려져 있지만, 하늘은 주황색,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이 섞인 구름으로 가득 차 있어 매우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있어요. 이는 낮과 밤의 경계, 혹은 상상의 공간임을 암시하는 듯 보이며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하는 것이 포인트로 여겨집니다.


사실 작가님이 싱가포르의 '하지 레인'을 여행하고 이 작품을 그린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시각적인 특징 덕분에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잘 보여주는 지를 새삼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Mo, 63.2cm x 73.2cm, Oil on Canvas, 1999,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다음 작품은 지중해 연안 도시들을 여행한 기억을 기반으로 그린 <Mediterraneo>입니다. 살보는 어린 시절 시칠리아에서 보냈었고, 생전에 수없이 지중해에 있는 도시들을 수없이 여행했다고 전합니다. 어쩌면 작가님의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서 작가님은 유년 시절부터 지중해의 빛과 색채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향 시칠리아는 이국적인 건축물과 깨끗한 자연이 공존하는 곳으로 유명하죠. 살보는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예술적 뿌리는 언제나 지중해의 빛과 원초적인 아름다움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작가님의 내면의 지중해, 실제 경험과 기억이 재구성된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재창조한 작품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림자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에서는 구분하기 힘들지만, 자세히 보면 그림자가 단순히 검은색이나 회색이 아닙니다. 색상의 농도나 명암의 변화가 잘 표현되어 있죠. 사소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그린 점이 인상 깊었어요. 나무들의 형태도 알아볼 수는 있지만, 다소 비현실적인데요. 만화 속 캐릭터나 장난감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나뭇잎도 덩어리로 표현된 게 구름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앞서 언급했듯이 색상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꿈속의 지중해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은 2008년 작품입니다. 살보의 후기 작품활동에서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작가님께서 나이가 들면서 고향에 대한 애착이나 과거로의 회귀(回歸)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에서 강한 영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작가님의 후기 대표작인 만큼 이렇게 꼭 소개드리고 싶었어요.


Mediterraneo, 105.4cm x 135.9cm, Oil on Canvas, 2008,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Mediterraneo> 작품 바로 옆에 마치 가을을 연상하게 만드는 1999년작 <Ottobre> 작품이 있습니다. 작품 제목도 이탈리아어로 '10월'이라는 뜻인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은 뭐랄까.. 이상향의 풍경을 그린 유토피아적인 느낌으로 잘 묘사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작품의 명확한 윤곽선들로 인하여 형태가 뚜렷한데요. 이 또한 살보의 작품특징 중 하나로 정교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을을 표현한 작품으로는 유일무이한데요. 작품을 실제로 보면, 10월의 느낌을 내기 위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독특한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가을은 봄과는 반대로 그윽하고 시크한 느낌이지만, 살보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느낌보다는 꿈속에서 가을을 따스하게 맞이한 느낌인데요. 왜냐하면 10월 풍경에서 볼 수 없는 밝은 핑크색, 노란색, 주황색, 초록색 등이 과감하게 사용되었다는 점이죠. 그래서 '작가님의 가을은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가능하다면,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싶었어요. 10월의 풍경도 다른 작품들과 마친가지로 현실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의 내면에서 나오는 색채와 형태로 인해 기억 속과 꿈속에서의 이미지로 재해석했습니다. 작가님의 기억 속에 10월은 어떤 의미였길래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이 나왔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Ottobre, 63.5cm x 53.3cm, Oil on Canvas, 1999,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살보 : In Viaggio> 전시를 연 글래드스톤 서울 전시전경.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6점의 풍경화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어요.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을 소개하자면, 바로 <Forte dei Mari>입니다. 포르테 데이 마르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휴양 도시인데요. 살보는 생전에 가족과 함께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전합니다. 실제 풍경이 저렇게 몽환적이지는 않겠지만, 작가님이 이 도시에서 머물면서 느꼈던 감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죠. 어두운 색을 위주로 작품을 완성한 만큼 제가 소개했던 위의 작품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죠. 해 질 녘, 모든 것이 모호해지는 순간 같아서 저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개와 늑대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은 프랑스어 표현으로, 해가 질 무렵 황혼을 의미합니다. 이 시간대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멀리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친숙한 '개'인지, 아니면 위협적인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계가 모호하고 불확실한 때를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사실 작가님이 가족들과 자주 갔던 휴양지를 묘사한 작품인데, 전혀 다르게 느껴져서 조심스럽긴 합니다. 그러나 작품에서 어두운 배경과 색채의 대비를 보면 일반적이 밝은 낮의 풍경과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묘한 긴장감과 신비로움이 더하죠. 멀리 보이는 건물들과 우산 모양의 소나무들조차도 이 어스름한 시간 속에서 실루엣처럼 아련하게 느껴지며, 그 정체를 완벽히 파악하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였어요. 아무래도 작품 사이즈가 작은 것도 한몫을 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색채들이 낮과 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처럼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생각났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배경의 강렬한 핑크색 또는 마젠타색 하늘입니다. 아 작품 또한 일반적인 자연 풍경과는 다른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죠. 나무의 짙은 녹색과 건물의 어두운 색상은 이러한 배경색과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인 깊이를 더합니다. 살보의 특징 중 하나인 그림자 표현은 검은색이 아닌, 배경의 색채가 투영된 듯한 어두운 보라색을 띠고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모든 것이 하나의 색채 스펙트럼 안에 통합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 작품입니다.


Forte dei Mari, 63cm x 53cm, Oil on Canvas, 1988,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대표작 중 하나로 뽑히는 <The Colonne>입니다. 전반적으로 채도가 높고 선명한 색감이 특징입니다. 세 개의 거대한 원통형 기둥과 하나의 쓰러진 기둥 파편이 화면 중앙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작품 속에 표현된 소재들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둥글게 표현된 게 인상적이죠.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이어지는 밝은 하늘이 햇빛이 아닌 기둥에서 자체적으로 빛이 나서 하늘에 영향을 준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밝은 색과 녹색 계열의 배경이 기둥의 색과 대비되며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특히 기둥을 보면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기하학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있어서 세부 묘사가 보이지 않죠. 그래서 단순하고 명료한 표현들이 공간감이 확 드러난다기보다는 평면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서문에 따르면, 살보의 작품세계는 첨탑등의 건축물을 다룬 '오토마니아', 고대 기둥과 고고학 유적지를 다룬 '카프리치', 사계절의 산고개를 묘사한 '밸리' 그리고 지중해의 풍경을 담은 '메디테라네가' 이렇게 4가지 테마로 나눠진다고 전합니다. <The Colonne> 작품 같은 경우에는 '카프리치'에 해당하는 거죠. 이 테마는 실재하지 않는 건축물이나 풍경을 재구성하여 그린 것들을 뜻하는데요. 여기에서 세 개의 거대한 고대 기둥은 실제 유적이 아닌 작가의 기억과 상상으로 재창조되었기 때문에 정교한 묘사가 아닌 몽환적인 느낌으로 그렸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색채의 따스함만 느꼈습니다. 하지만 작품 해석을 보고 난 후 생각에 잠겼는데요.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바로 시간과 존재의 고찰입니다. 쓰러져 있는 기둥 파편은 시간의 흐름, 역사의 퇴색, 혹은 파괴된 문명의 흔적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여전히 서 있는 기둥들은 영속성, 또는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상징할 수 있죠. 존재와 소멸, 역사와 현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관람객들에게 특유의 시공간적 표현으로 잘 나타내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색채가 너무 아름다워 감탄하기만 하고 작가의 의도를 캐치하지 못해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The Colonne, 93.7cm x 74cm, Oil on Canvas,1990 ,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마지막으로 다룰 작품은 바로 <Khiva>입니다. Khiva(히바)는 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살보가 직접 방문하지 못하고 오로지 상상으로만 그린 작품이죠. 보통 작가님은 여행지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돌아와서 기억과 상상에 의존해 풍경을 다시 그리는 방식을 선호했어요. 그래서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를 하면 다른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이죠. 사실 살보는 히바를 매우 가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년에 건강악화로 인해 결국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 작고하기 직전에 이 작품을 완성했어요. 그러므로 작가님에게 우즈베키스탄은 오랫동안 꿈꾸고 그리워했던 미지의 장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가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작품으로 구현해 낸 상상의 풍경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작품을 보면 하늘을 표현한 밝은 파란색과 건축물의 주황색과 갈색의 대비가 매우 두드러지고 청록색과 푸른색 계열의 패턴으로 건축물을 표현한 게 인상 깊은데요. 특히 중앙아시아의 강렬한 햇살 아래 건축물이 빛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그림자나 빛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이나 정적인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정적인 분위기는 건물의 웅장함과 견고함을 보여주는 듯 느껴졌어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원근법보다는 평면적인 구성이 돋보이는데요. 공간감보다는 상징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 가보지 못한 장소에 대한 동경과 염원이 이렇게 표현되는구나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떠올랐던 질문은 '이 작품은 구상회화보다는 추상회화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였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작가님이 이 장소를 가본 적이 없고 존재하지 않는 고대도시를 그린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살보가 구상회화를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구상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표현 방식에서는 추상적인 요소들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어쨌든 유작인 만큼, 작가의 내면세계와 예술적 열망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Khiva, 22.5cm x 13.5 cm, Oil on Canvas, , 출처. 글래드스톤 서울





최근 스위스 출신의 현대미술가 니콜라스 파티와 같은 작가들이 살보의 회화 스타일을 자신의 작품에 접목시키면서 살보의 미학이 재평가되고 현대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국내 첫 개인전은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살보의 예술사적 중요성과 영향력을 한국 미술계에 명확히 인지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미술애호가들은 잘 아실 테지만, 2022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 중 <Blus Sunset> (2018)은 한화로 약 88억 원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외에도 주요 작품들은 수십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면 꾸준히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살보의 작품에서 나오는 따스함에 반했지만, 작품과 함께 기나긴 여정으로 동시대 미술계에 회화가 여전히 강력한 매체라는 걸 느꼈어요. 복잡하고 현란한 현대미술 속에서 예술의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감동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보는 개념미술에서 구상회화로 바꾸면서 예술가의 개인적인 선택이 어떻게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작업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시간과 기억의 유한함 속에서 찾아내는 영원성, 현대인의 이상향에 대한 갈망관람자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시간예술이 가진 사유의 힘과 인간적 깊이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Archivio Salvo, Courtesy of Gladstone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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