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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Jan 14. 2024

자유롭느라 불행했던

2023년

올해 나는 자유롭느라 불행했다. 사람들에게 전보다 친절했지만 친절에 마음을 덜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와 겨루는 시간이 월등히 늘었으며 그 덕에 나를 더 잘 알게 된 동시에 내 세상은 아주 좁아졌다. 남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결정이 나에겐 무척 큰 범위의 것들임을 깨달았다.


모부와 친밀해지는데 몰두한 결과 그들이 내게 중요한 많은 것들을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가장 편한 존재가 되었다. 나는 그들 앞에서 가장 무구해진다. 눈물까지 흘리며 깔깔 웃는다. 그게 좋다.


온갖 단기 알바를 섭렵하면서 어느 일터에 가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뻔뻔함을 얻었다. 거의 모든 곳에서 내 일머리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딱히 중요한 일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잘 울었다.


쓰기와 읽기에 더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나도, 주변인들도 나를 그렇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이 좋으면서도 부끄럽다.


예순일곱 권의 책 중 김화진이 쓴 두 책을 가장 아꼈다. 연극과 영화 중엔 그만큼 마음을 준 작품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손목에 새로 새긴 타투를 들여다 보며 받은 위로가 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 곁에 새로 도착했다. 그에 비해 떠난 이는 손에 꼽는다. 이것이 올해 내게 가장 큰 소득이 되었다. 그저 나인 나를 꽤 많은 이들이 사랑해주었다. 사는 이유에 사람이 전부인 인간이라서, 그 사실에 의지하며 슬픈 시절을 견뎠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마음이 모자라 자주 서러웠다. 죽을 때까지 잃지 못할 내 고유함 탓이다.


화가 줄어든 대신에 체념이 는 올해가 나는 너무 피로했다. 보통 나이 먹을수록 자신의 특별함에 관한 인지가 낮아진다는데, 나는 갈수록 높아진다. 계속 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괴로웠다.


간절히 기다린 새해가 생일처럼, 크리스마스처럼. 사실은 어제 오늘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달력을 넘기며 마음을 한 번 더 굳게 먹어 봅니다. 혹시 또 모르잖아요. 내 알량한 비관을 보기 좋게 뒤집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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