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은 실패자가 아니다

'을'이 인정받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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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은 실패자가 아니다.



나의 장점이면서도 단점은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하기도 하지만, 뭐 하나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맡아서 그 일만 잘하면 되기보다, 여러 영역에 땜빵 전문이다.



예를 들어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하지는 못해서 앞에서 인도하는 것은 내 역할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되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소위 ‘땜빵’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앞에서 남들에게 잘 드러나고 보이는 일보다 뒤에서 챙기는 일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오히려 이제는 그게 마음이 더 편하다.

심지어 대학 이후에 전공에 관련된 회사에서 몇 년 일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다양한 일들을 하다 보니 주전공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이 남이 잘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노력해도 나는 잘하지 못하는 것에 실망하고 낙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런 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동적인 영화에는 주인공이 돋보이지만 많은 조연과 단역들이 있기에 그 영화가 완성된다.

그나마 화면에 나오는 주인공과 조연뿐 아니라 영화 맨 뒤에 누구도 보지 않고 주목하지 않는 자막에 이름 한 줄 나오는 수많은 스텝과 돕는 이들이 있다.

아마 촬영할 때 주변을 통제하고 정리하는 누구는, 또 짐을 옮기고 정리하는 누구는 이름조차 안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그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인공과 조연들만 그 자리에 모였다면 절대 영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많은 큰 대회나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는 일도 경험했다.

그런 때마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에 전면에 나간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챙기고, 또 그것을 섬기는 사람들에게 간식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챙기는 일들을 많이 했다.

그런 대회나 행사가 끝나고 나면 드러나지도 않고 좋은 평가를 맡을 만한 일도 아니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가운데 ‘내가 여기서 이거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음 단계는 오지 않는다.

때로는 ‘땜빵’이 되든, 전혀 드러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든 그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그 보이지 않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결국 필요한 사람이 된다.

나는 주전공도 분명치 않고, 특별한 장점도 없지만 언제나 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내가 단점보다는 장점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애쓴다.



드러나고 보이는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이다.

그 순간이 오지 않으면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실패자라는 마음으로 살게 된다.

하지만 영화 한 편에도 많은 사람의 각자의 역할이 있듯이 세상에 수많은 ‘을’은 실패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을’로 있는 시간을 실패로 여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실패다.


‘을’을 벗어나 ‘갑’이 되고 성공을 안내하는 책이나 가르침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어쩌면 세상의 기준에서 ‘을’로 사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의미 있게 사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나 가르침은 많지 않다.

‘을’이나 ‘땡빵’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은 하찮은 것이고, 빨리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은 절대로 좋은 세상이 아니다.

그러나 모두를 1등을 향해 달려가게 만들고 사람을 줄 세우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가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 자리가 각자의 1등의 자리가 되며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갑’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기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꼭 필요한 일을 잘하는 ‘을’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러한 ‘을’이 절대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에 작은 빛이 되기를 원한다.



당신도 오늘이 ‘을’에 자리에 있다면 낙심하거나 알아봐 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하고 탓하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주변에 있는 사람을 이겨야 할 경쟁자로가 아니라 서로 세워줄 동반자로 여기고 섬겨보라.

당신의 인생은 ‘을’의 자리에서도 소금같이 필요한 사람이며, 빛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