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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소설
05화
다시 길 위에 서다 (5)
by
동그라미 원
Oct 22. 2025
다시 길 위에 서다 (5)
5부. 다시, 길 위에 서다
음식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 속에서 얻는 레벨업, 가상의 칭찬, 순간적인 도파민 분출은 진짜 만족이 아니다.
그것은 뇌를 잠시 속이는 '디지털 포만감'일뿐, 화면을 끄는 순간, 현실의 허기와 공허함은 더욱 커져 돌아온다.
민우도 막연히 그런 사실을 알아도, 다른 어떤 것을 시도해 볼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박연화 선생님과의 상담은 온통 어둠뿐이던 그 마음에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라는 빛으로 찾아왔다.
민우는 상담을 통해 확신을 얻었다. 게임 중독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목표와 정체성을 잃었을 때 생긴 일종의 '탈출구'였음을. 이제 그 탈출구가 아닌 '진정한 길'을 찾을 용기가 생겼다.
집으로 돌아온 민우는 굳게 닫혀 있던 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 부모님 앞에 섰다.
"엄마, 아빠. 저,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으로요."
부모님은 놀라 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기억 속 민우는 늘 무기력하고 퉁명스러웠는데, 지금 민우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성적이나 기대에 대한 압박이 아닌, 자신이 찾은 꿈에서 나오는 순수한 열정이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민우야... 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해."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 민우야. 우리가 네 꿈을 너무 일찍 꺾어버린 것 같구나."
민우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근처 디자인 학원에 등록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미술 도구들은 낯설지만 설레었다.
학원 책상에 앉아 캔버스를 바라보는 민우의 뒷모습은, 게임 속에서 폐인처럼 웅크리고 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치는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밤이 되면 게임이 하고 싶었고, 그림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아 좌절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민우에게는 박 상담사와의 약속이 있었다. 힘들 때 연락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있었다.
어느 날, 민우는 학원 과제로 '나의 여정'이라는 주제의 포스터를 그렸다.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작은 사람이, 한 줄기 빛을 따라 걸어 나와, 마침내 햇빛 가득한 길 위에 서 있는 그림이었다.
강사는 민우의 작품을 보고 말했다. "이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네요. 진심이 느껴져요."
민우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렇다. 이것은 자신의 이야기였다.
민우의 길 위에 목표가 생겼고, 방향이 생겼다. 비록 잃어버린 시간이 아쉽기는 했지만, 좌절의 경험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민우는 연필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이름, 민우로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의 디자인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길은 멀고 험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가상 세계의 거짓 만족을 의지하며 살지 않을 내면의 힘을 갖게 되었다.
그는 다시 길 위에 굳건히 서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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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2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살면서 깨닫고 어려움을 극복한 마음들을 글을 통해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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