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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다시 길 위에 서다

'다시 길 위에 서다'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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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 위에 서다'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



최근 청소년 중독 예방 강사 교육을 받으면서 청소년 중독에 대해 제 안에 관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설을 통해 청소년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청소년 게임 중독,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닙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80% 이상이 게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이제 청소년 문화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중 약 3.5%가 '문제적 게임 이용군'으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3.5%라는 숫자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한 학급에 1~2명, 전국적으로는 수만 명의 청소년이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기능 저하를 겪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저 연령화 추세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편화로 게임에 노출되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기는 여전히 스마트폰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접속 가능한 환경이 중독의 문턱을 더욱 낮추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은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삶의 중심이 되어 현실의 기능을 잃어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왜 청소년들은 게임에 빠질까요?

청소년들은 학업 압박, 입시 경쟁, 부모의 기대, 또래 관계의 어려움 등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현실의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려울 때, 게임은 가장 쉽고 즉각적인 도피처가 됩니다.

게임 속에서는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릅니다. 또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청소년들이 게임을 자기 인생의 도피처로 삼는 원인이 됩니다.

이들은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심리적 욕구—유능감, 통제감, 소속감—을 게임 속에서 찾습니다. 게임은 이들에게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심리적 생존 수단이 됩니다.



게임 중독은 '증상'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게임 중독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 즉 증상입니다.

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은 게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현실에서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 정체성 혼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려는 시도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게임을 금지하거나 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소년이 왜 게임에 의존하게 되었는지, 현실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이해하고 회복시켜야 합니다.



이 소설을 쓰게 된 것도 청소년 게임 중독의 치료가 ‘금지’가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 ‘발견’을 돕는 것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게임 중독은 정체성 상실의 신호다.’

주인공 민우는 현실의 자신(무능하고 인정받지 못하는)을 견디지 못해 게임 속 '블랙 드래곤'이라는 가상의 정체성에 의지합니다. 게임 중독은 민우가 진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신호였습니다.

치료의 핵심은 자아 정체성의 회복입니다.

민우의 변화는 게임을 강제로 빼앗겨서가 아니라, 상담을 통해 "진짜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어릴 적 좋아했던 그림, 그것이 민우의 진짜 정체성이었고, 이를 회복하는 순간 게임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민우가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는 현실의 꿈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게임 속 허상의 목표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비전이 생긴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기입니다. 이 과정이 좌절되면 게임 같은 대리 세계에 의존하게 되지만, 정체성과 비전을 되찾으면 스스로 현실로 돌아올 힘이 생깁니다.

소설에서 민우는 상담을 받는다고 바로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항하고 회피합니다. 이는 변화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단번에 일어나는 기적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 그리고 안전한 지지(상담사, 부모)가 필요한 여정입니다.



청소년 게임 중독은 개인의 나약함이나 게임의 유혹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청소년기라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미래를 그릴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SOS 신호입니다.

따라서 진짜 치료는:

게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

게임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꿈을 회복시키는 것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힘을 키워주는 것

이 소설을 통해 청소년 게임 중독을 겪고 있는 당사자와 부모, 교육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게임 중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신호일 수 있다."

민우가 다시 길 위에 섰듯, 모든 청소년은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 진짜 치료입니다.

이 소설은 게임 중독이라는 현상을 단순한 도덕적 비난이나 게임 규제의 문제가 아닌, 청소년기 정체성 발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민우의 이야기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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