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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분석] 버추얼 트라이온 얼마나 현실 같을까?

레이밴(RayBan), 로레알(Loreal), 도플(Doppl)

by 윤동구리

온라인에서 의류를 구입할 때 이게 나한테 잘 맞을까? 하고 고민해본 적이 많을 것이다. 모델 컷이나 상품 컷을 보고 구매를 했는데 막상 받아서 입어보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나? (나는 특히 Zara에서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ㅠ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는 버추얼 트라이 온(Virtual Try-On) 기술이 점점 더 많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에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찾아보았다.




Ray-Ban: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는?


선글라스를 새로 살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겉보기에는 비슷비슷해 보여도 막상 착용해보면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실착을 해보지 않고 구매하면 거의 실패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재고가 매장마다 흩어져 있어, 원하는 모델을 오프라인에서 한 번에 착용해보고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ay-Ban은 온라인에서 선글라스를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는 Virtual Mirror 기능을 제공한다.


1. 상품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면 상품 사진 오른쪽 상단에 [Try On] 버튼이 노출된다.

2. 카메라에 담긴 내 얼굴에 선글라스가 자연스럽게 씌워진다.

Screenshot 2025-07-08 at 6.08.24 PM.png Ray-Ban


아직 완벽히 실제 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자연스러운 편이다. 선글라스가 얼굴에 맞게 착용되는 위치가 꽤 정확하며, 얼굴을 돌리면 각도에 맞춰 선글라스도 함께 움직인다. 선글라스의 색상과 렌즈의 그라데이션 등 디테일도 잘 표현된다. 어떤 모델이 나에게 잘 어울리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구매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oreal: 1초 안에 메이크업 완료!


하늘 아래 같은 색조 화장품은 없다. 미묘한 톤 차이가 인생템과 한 번 쓰고 마는 제품을 가르기 때문에 테스트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한 번 사용하면 반품도 어렵다는 점은 온라인 구매의 큰 허들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레알(Loreal)은 Virtual Try-On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메이크업과 헤어 컬러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 글에서는 메이크업 기능에 초점을 맞춰 보고자 한다.


1.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Live Try-On] 버튼을 클릭한다.

2. 하단 바(bar)에서 원하는 제품군을 선택한다. (ex. 파운데이션)

3. 해당 제품군의 상품을 고른다. (ex. 에이지 퍼펙트 파운데이션)

4. 원하는 컬러를 선택해 발라본다. (ex. 320 웜베이지 컬러)

Screenshot 2025-07-08 at 10.11.18 PM.png Loreal (우) 컬러를 선택하면 상품 정보가 노출된다


이 기능은 내 피부 색에 맞춰 발색을 시뮬레이션해 준다고 한다. 실제 비교군이 없어 정확성을 검증하긴 어려웠지만 오프라인에서 테스터를 얼굴에 사용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컬러 테스트에 유용해 보였다.


하나의 제품군에서는 한 번에 하나의 상품 컬러만 테스트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제품군의 제품은 함께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운데이션 2개를 한 번에 바를 수는 없지만, 파운데이션과 섀도우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메이크업 조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양쪽 얼굴에 모두 화장이 적용되지만 [Compare] 기능을 통해 한쪽만 화장해 비교할 수 있다. 실제 모습과의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Screenshot 2025-07-08 at 10.35.06 PM.png (좌) 블러셔와 립스틱 착용 (우) 화장 전/후 비교 기능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체 상품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 품목만 Try-On 기능이 가능하다.발색이 실제보다 강하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어 레이어링 횟수에 따른 차이가 잘 반영되지 않았다. 또 화면으로 색채감을 완전히 구현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어 어느 정도 가이드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Doppl: 어떤 옷이든 입어보기


Doppl은 사용자가 원하는 어떤 옷이든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는 서비스다. 아쉽게도 현재는 미국에서만 제공되고 있어 실제로 사용해보긴 어렵다. 이에 따라 릴리즈된 기사와 유튜브 소개 영상을 바탕으로 기능과 작동 방식을 추정해보고자 한다.


1. 자신의 전신 사진을 업로드한다.

2. 가상으로 입혀보고 싶은 옷의 사진을 선택한다.

3. 자신의 사진 위에 선택한 옷을 입은 이미지가 생성된다.

4. 생성된 착용 사진은 회전시켜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5. 마음에 드는 스타일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스트에 저장할 수 있다.


Screenshot 2025-07-08 at 11.08.05 PM.png (좌) 전신 사진 업로드 (우) 입혀보고 싶은 옷 업로드


이 서비스에는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옷의 사이즈와 핏을 어떻게 인식하고 적용하는걸까? 내 생각엔 크게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1) 신체 사진에서 어깨, 팔 길이 같은 치수를 파악해 옷 이미지를 체형에 맞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아동복을 올려도 내 몸에 맞게 자동으로 크기가 조정돼서 자연스럽게 입혀지는 방식이다. 2) 옷의 소재감과 핏을 반영하는 기술이다. 소재마다 주름지거나 늘어나는 정도, 몸에 붙는 느낌이 다른데 사진에서 재질을 추측해 그 특성에 맞는 질감을 입혀 실제로 입은 것처럼 표현해야 한다.


Screenshot 2025-07-08 at 11.10.28 PM.png (좌) 착용 사진 생성 (우) 회전하여 다양한 각도로 확인 가능


또 하나 궁금한 건 보통은 정면 사진 한 장만 업로드하는데 그렇다면 옆모습이나 뒷모습은 어떻게 생성되는 걸까? 전신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체 모형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옷의 형태나 디테일은 앞과 뒤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켓은 앞에는 카라가 깊게 파여 있지만 뒤는 막혀 있는 구조다. 옷을 회전해서 보여주려면 최소한 앞/뒤 두 장, 혹은 앞/옆/뒤 세 장 정도의 사진이 필요할 것 같다.




내 경험담: 버추얼 피팅이 대체할 수 있을까?


회사에 다닐 때 AI 스타트업과 함께 버추얼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미팅을 한 적이 있다. 보통 브랜드에서는 상품만 찍은 누끼컷과 모델이 착용한 모델컷 이렇게 두 가지를 촬영한다. 그런데 모델컷은 시간도 돈도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 계획은 이랬다. 모델의 사진을 아주 정밀하게 찍고, 신체 치수를 입력한다. 옷도 누끼컷을 찍고 상세 치수를 입력한다. 이렇게 해서 모델이 실제 입은 것처럼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델컷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옷을 구매할 때 중요한 건 입었을 때 얼마나 예쁜가이다. 그래서 핏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수다. 예를 들어 플레어 팬츠라면 어디서부터 퍼지기 시작하는지, 밑단이 얼마나 넓은지, 밑위가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등이 중요하다. 모델에게 옷을 입힌 것처럼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이런 디테일까지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또한 소재감 표현도 쉽지 않았다. 면, 실크, 니트처럼 소재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니트라도 두께나 원사에 따라 질감이 다르고 입었을 때의 무게감이나 움직임도 달라야 한다. 소재의 데이터를 쌓아두고 소재에 따른 다른 느낌을 주려 했지만 실제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Insight


1. 버추얼 트라이 온 기술은 상품 종류(SKU)가 적고 비교적 단순한 제품군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옷이나 화장품처럼 미묘한 색감, 디테일, 질감 차이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조금이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사용 경험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전체적인 쉐입이나 느낌만 보면 되는 선글라스 같은 분야는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높지 않아도 사용자 만족도가 높았다. 그래서 신발, 가방, 안경과 같은 잡화 분야에 더 잘 맞지 않을까 싶다.


2. 버추얼 트라이온 기술을 도입할 때도 PM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비즈니스 목표와 사용자 니즈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구매 전환율을 높일 것인가? 반품율을 낮출 것인가? 또한 사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어떤 기능이 꼭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요소에 따라 서비스의 방향성과 필요한 기술 수준이 달라진다.


무조건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예를 들어, Ray-Ban은 카메라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움직임에 따라 선글라스를 씌우는 고도화된 기술을 사용한다. 반면 Doppl은 사진 업로드 방식으로 실시간 구현은 어렵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큰 불편 없이 원하는 옷을 입어볼 수 있다. 옷처럼 구현해야 할 요소가 많고 복잡한 경우에는 Doppl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3. 실시간 트라이온 기능은 개인정보 동의가 필요하다.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 얼굴 이미지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어 명확한 사전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일부 사용자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능 사용을 포기하거나 이탈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는 요소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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