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도 vs 카카오 맵: 대중교통 경로 분석
밖에 나가기 전에 무조건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지도이다. 언제 버스가 도착하고, 장소까지 어떻게 가는 게 가장 효율적이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지 미리 확인해본다. 뚜벅이의 입장에서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맵 서비스를 분석해보았다.
※Disclaimer 검색한 내용과 추측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실제와 매우 상이합니다.
UX 측면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각 교통수단 별 이동 시간을 어떻게 노출하는 지 였다. 예를 들어 네이버 지도는 전체 27분 중에서 지하철이 21분, 도보가 6분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 맵은 바로 작게만 보여주어, 한 번 더 클릭해 상세 내역으로 들어가야만 해당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동 시간을 계산하는 방법도 상이했다. 지하철의 경우 역마다 이동 시간이 일정하여 차이가 적었다. 그러나 버스는 교통 상황에 따라서 이동 시간이 크게 차이난다. 이러한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하는 기준과 계산 알고리즘이 매우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에서 신사까지 741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을 검색해보았다. 같은 노선인데도 네이버 지도는 21분, 카카오 맵은 33분으로 차이가 크게 났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카카오 맵 시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두 앱 모두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교통 정보를 기반으로 하니 사용하는 데이터는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 교통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 얼마나 정체가 심해질 지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실시간 정보가 반영되는 주기 차이일 수도 있지만 워낙 자주 업데이트되다 보니 그 영향은 크지 않았을 것 같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동일하게 광화문역 5호선 → 광화문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는 경우 네이버 지도는 2분인 반면 카카오 맵은 9분으로 계산한다. 네이버 지도는 지하철 역사 밖에서 걷는 것을 기준으로, 카카오 맵은 지하철 역사 내에서 걷는 시간을 포함한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맵 모두 도보는 대강 1km에 15~16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성인의 (혹은 유저의) 평균적인 이동속도를 반영한 것일 듯 하다. 건널목이 있거나, 오르막이 있는 경우에는 도로 사정을 반영하여 1km에 17~18분 정도로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계산하는 점이 재밌었다.
교통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맵 모두 15초 간격으로 교통수단의 위치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유저가 원하는 경우에는 수동으로 새로고침도 가능하다. 물론 완전히 '실시간'은 아니지만 15초 단위의 갱신 주기가 교통 상황을 반영하기에 충분히 짧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경로마다 [최적], [최소 시간], [최소 도보] 같은 태그를 붙여 어떤 기준으로 추천되었는 지 명확히 보여주어, 사용자가 본인의 선호에 따라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카카오 맵은 이러한 설명이 없어 추천 기준을 사용자가 직접 추측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
경로 추천에는 여러 요소가 고려된다. 어떤 요소를 우선시하는지는 앱마다 다르고, 각 요소에 부여하는 가중치 역시 다르기 떄문에 두 앱이 제시하는 추천 경로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요소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 총 이동시간 (짧을수록 좋음)
② 환승은 몇 번인지 (적을수록 좋음)
③ 도보 이동 시간 (짧을수록 좋음)
④ 요금 (저렴할수록 좋음)
⑤ 대중교통 도착 정보 (곧 도착할수록 좋음)
네이버 지도는 전체 이동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하다. 조금 더 걸어가더라도 도착 시간이 빠른 경로를 우선으로 보여준다. 추천 경로 수가 카카오 맵보다 적게 나오는 것도, 오래 걸리는 루트를 아예 제외하기 떄문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광화문에서 신사까지 일반적으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50분 이상 걸리는 루트는 아예 제시되지 않는다. (카카오 맵에는 제시된다.)
카카오 맵은 도착지 바로 앞까지 도착하는 경로를 우선하여 노출한다. 이동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도보 이동이 적은 경로를 최적으로 제안한다. 그래서인지 버스 환승이 잦고, 네이버 지도에서 보여주는 조금 더 걷지만 빠른 루트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한가지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현재 운행 중이 아닌 버스도 추천 경로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간에도 야간버스 노선이 노출된다.
네이버 지도는 내가 자주 가는 길을 저장해두면 매번 검색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①집과 회사 정보를 등록하면 버튼 한 번 클릭하여 경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②자주 이용하는 경로를 저장(고정)해둘 수도 있다. ③자주 타는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에 별표를 표시해두면 도착 예정 정보를 쉼게 확인할 수 있다. ④최근 검색한 목적지는 자동으로 저장되어 현재 위치 기준으로 빠르게 경로를 다시 탐색할 수 있다.
카카오 맵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①집, 회사, 자주 가는 장소(내 장소)를 등록할 수 있지만, 기본 화면에는 집만 보여 다른 장소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어려웠다. ②이전에 설정한 승하차 알림 내역은 확인할 수 있고, 해당 경로를 저장해두는 것도 가능하다. ③주변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능은 유용하지만 ④추천 도착 정보와 중복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주 이용하는 정류장이나 지하척역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졸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치지 않도록, 앱이 경로에 따라 승차와 하차 알림을 보내준다. 버스가 곧 도착할 때, 내려야 할 정류장 한 정거장 전, 그리고 실제로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알림이 울린다. GPS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듯 하다.
네이버 지도는 버스와 지하철 모두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버스는 별도의 세팅 없이 자동으로 알림이 오지만, 지하철은 어떤 열차를 탔는 지 직접 선택해야 알림이 활성화된다. 지하철은 지하로 이동하므로 GPS 신호가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해본다. 카카오 맵은 버스 경로에만 승하차 알림 기능을 제공하며, 지하철이 섞인 경로에서는 알림 설정이 불가능하다.
대중교통 우회 정보 또한 서울시에서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맵 모두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정보는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라 공공기관에서 API로 정보를 잘 제공해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해당 운수회사에서 공공기관에 정보를 정확하게 공유해주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명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는데 어플 상에는 도착했다가 떠난 것 처럼 뜰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정말 화가 난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어렵다면 GPS 정보를 활용하여 해당 버스가 경로에 없는 경우에는 우회 중일 수 있다는 안내 메시지라도 노출해주면 좋을 것 같다.
계열사의 서비스와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는 예약 기능이 있어 기차가 포함된 경로인 경우 KTX나 SRT 예매 버튼을 함께 보여준다. 시외버스 예매는 불가하지만 시간표는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카카오 맵은 기차나 시외버스를 포함한 경로가 잘 탐색되지 않으며, 시간표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카카오 맵은 카카오T와 연계하여 대중교통 탐색이 끝나면 하단에 택시 정보(소요 시간과 예상 금액)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택시 호출] 버튼을 누르면 해당 경로가 자동 입력된 택시 호출 화면으로 넘어간다. 반면 네이버 지도는 자동차 경로 탐색 시에만 택시 예상 요금을 보여주며, 택시 호출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직접 사용해본 유저의 입장에서 네이버 지도의 추천 경로가 더 효율적이나, 카카오 맵의 교통 정보가 더욱 정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획자의 관점에서 지도 서비스를 분석하며 느낀 점은 하기와 같다.
1. 방대한 양의 실시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적의 경로를 제공하려면 버스나 지하철의 위치, 혼잡도 같은 교통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를 계속 갱신해야하기에 서버에 큰 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 또한 지도 앱은 하루에도 여러 번 사용하기에 활성 유저 수와 검색 량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2.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므로 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국토 교통부, 한국 도로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의 교통 데이터를 API로 받아와 활용한다. 외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받지 못할 수 있고, 데이터 이용 범위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고, 원천 데이터가 부정확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공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은 서비스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3. 수익 구조가 기능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지도 앱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능은 경로 탐색이지만 이 자체로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앱이나 서비스에서 지도 API를 불러올 때 사용료를 받거나, 앱 내부에 광고를 삽입해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API 사용료와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유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로 탐색과 같은 본연의 기능이 잘 수행되어야 한다.
4. 두 종류의 유저가 존재한다. 첫째, 앱을 사용하는 유저는 지도의 성능과 UX를 중요시 한다. 둘째, 광고나 지도 API를 사용하는 유저는 편리한 사용성과 효율적인 성과 측정을 요구한다. 지도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는 이 두가지 유저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5. 지도 서비스의 핵심 지표(North Star Metric)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 글에서는 경로 찾기 기능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도 앱은 그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맛집 탐색, 네비게이션, 장소 추천, 리뷰 작성 등. 내 생각에는 저장한 장소의 개수가 중요한 지표일 것 같다. 경로 찾기는 한 번 사용하고 다시 사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장소를 저장하는 것은 그 앱을 다시 사용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1. https://naeunbi698.tistory.com
2. https://tech.kakao.com/posts/436
3. https://maily.so/inspirex/posts/g1o4m62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