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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해외여행을 안전하게 즐기는 법

혼자서 여행을 간다고?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예전보다는 덜 듣는 질문이지만, 아직도 종종 “혼자 다니면 외롭지 않아?” “재미가 있어?” 하고 묻곤 한다.

내가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성격이 괴팍해서 남들과 어울리기 싫어서가 아니다. 남에게 구속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일정 조절하면서 자유롭게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동행과 일정을 맞추다 보면 자유로움이 감소된다. 박물관을 더 보고 싶은데 시간을 줄여야 하거나, 먹고 싶지 않은 곳에서 밥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나의 경우 아침 일찍 여행을 시작하고 많이 걷는 등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는 일정이 많기(?) 때문에 상대방이 피곤해질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혼자 다니면 교통비나 숙소비가 많이 든다. 또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혼자서 잘 지낸다. 외로움을 잘 안 탄다. 아마도 타고난 성격인 듯하다. 지금은 동남아에서 7년째 혼자 살고 있지만 크게 외로웠던 적은 없다. 그러다 보니 일부러 한국인들을 찾아다니도 않는다. 오히려 현지인들과 지내며 그들의 생활에 스며드는 걸 즐긴다. 한국음식의 경우 한국에서 이미 40년 넘게 먹었는데 굳이 외국까지 와서 찾을 필요가 있나?


“혼자 여행하면 무섭지 않아?”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한국에서도 길을 가다 흉기에 찔릴 수 있고, 외국에서도 총을 맞을 수 있다. 물론 확률적으로는 한국이 훨씬 안전하지만, 결국 사고나 위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즉 죽을 사람은 어디에서든 죽는다. 마치 팔자소관처럼 들리지만, 위험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여행이 위험해지는 순간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여행 관련 썰을 푸는 유튜브 방송을 즐겨 듣는다. 특히 공포라디오 형식으로 시청자들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채널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가끔 정말 아찔한 사건들이 올라온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 납치될 뻔한 이야기,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끌려갔다가 겨우 빠져나온 이야기, 남미에서 강도를 만나 총구를 들이대던 상황 등등..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소위 “러브 액츄얼리 강도 썰”이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남자가 스케치북에 고백 메시지를 적어 보여주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어떤 여행자가 유럽의 한 골목에서 강도를 만났는데, 그 강도가 똑같이 스케치북을 열어 보였다고 한다. 첫 장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각 나라 말로 “조용히 해. 소리 지르면 죽는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다음 장에는 “돈 다 내놔. 돈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신고하면 죽는다.” 이렇게 되어 있었다. 영화의 낭만적인 장면이 범죄에 쓰인 셈인데, 웃프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결국 그 여행자는 돈을 다 뺏겼다고 한다. 그래도 목숨은 살렸으니 다행이라고 봐야 할 듯

러브액츄얼리를 모방한 강도(이미지 챗gpt)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도 들었다. 어느 여행자가 동유럽의 소도시에 갔다. 외국인은 거의 없는 그곳에서 로컬 여행을 하였다. 그런데 숙소는 미리 예약하지 못해서 동네를 걷다가 겉으로 보이는 Hotel이라는 글자를 보고 들어갔다. 좀 낡고 사람이 없었지만 그냥 시골의 작은 모텔이겠거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밤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들어보니 낯선 남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렀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여행자나 마을 주민들이 아니라 자신을 납치하려는 사람들이었다고, 그래서 여권과 핸드폰 등만 챙기고 겨우 도망을 갔다고 한다.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캄보디아에 관한 것도 많다. 여행보다는 주로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취업 사기와 관련된 것들이다. 고수익을 미끼로 사람들을 캄보디아로 오게 한다. 공항에서 마중 나올 때까지는 친절하다. 하지만 차에 타는 순간부터 돌변한다. 여권과 핸드폰을 뺏고 범죄단지에 감금시킨다.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주식 리딩방 등에서 강제로 일하게 한다. 반항하면 때리고 심지어 살인까지도 일어난다. 그 사람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겨우 도망쳐서 대사관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내 주변에서 겪었던 일들

다행히 나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큰 위험을 겪은 적은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사소한 에피소드가 있다. 터키 이스탄불의 소피아 성당 부근에서 혼자 거리를 걷는데, 어떤 중년 남자가 다가와 “혼자 여행하냐?”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자꾸만 좋은 술집에 가자며 권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괜히 따라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법이다. 맥주 한잔에 5~6만 원 청구서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다가와 “혹시 한국인이냐”라고 묻더니, 자기 딸이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같이 가서 이야기 좀 해 달라고 했다. 순간 솔깃했지만, 역시 거절했다. 외국에서 처음 보는 나에게 자기 딸과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진짜일 수도 있지만 괜히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다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여기 캄보디아에서도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 몇 달 전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폰으로 네비를 보면서 가고 있었는데 잡 자기 뒤에서 오토바이를 탄 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내 폰을 잡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가 꽉 쥐고 있어서 소매치기가 빼앗아가지 못했다. 만약 내가 느슨하게 폰을 잡았다면 뺏겼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캄보디아에서는 길거리에서 폰을 볼 때 꽉 쥐는 습관이 생겼다.


내 고등학교 친구는 태국 여행 중 뚝뚝을 탔다가 요금 시비가 붙었다. 돈을 못 내겠다고 버티자 운전사가 갑자기 영화에서나 볼법한 정글도를 꺼내서 위협했다는 것이다. 덩치가 큰 친구였지만 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겁이 나서 돈을 내고 사건은 마무리됐는데, 그 이후로 그 친구는 뚝뚝을 왠만하면 안 탄다고 한다. 이런 게 여행에서 말하는 ‘위험한 순간’이다.

이미지 챗gpt


한 지인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짜 경찰관 사기’를 당할 뻔했다. 길거리에서 제복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다가와 여권과 돈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는데, 순간 수상하다고 느껴서 “진짜 경찰서로 같이 가자”라고 했더니 그들이 바로 도망쳤다고 한다. 순간 대처를 못 했더라면 여권과 돈을 모두 잃었을지도 모른다.




안전하게 여행하는 팁

여행의 즐거움은 낯선 환경이 주는 새로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낯섦은 때때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다른 곳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혼자라면 그 위험은 더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안전 여행의 비결은 단순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나라로 떠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 나라 안전 정보가 있다. 콩고 민주 공화국 등의 여행 금지 지역으로 가는 사람은 없겠지만 각 나라의 위험단계가 어디인지는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일본이나 대만 등은 한국처럼 아주 안전한 곳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남미 쪽으로 간다면 만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여행지에서 조심해야 할 BEST3 사항이다.

으슥한 골목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이나 술은 절대 받지 않는다.

해가 지면 외출을 줄이고, 특히 밤늦게는 돌아다니지 않는다.


몇 년 전 라오스에서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는 여행자들에게 술을 공짜로 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술을 마신 여행자들이 실명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술에 값싼 메탄올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건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차 안에서 등 남이 주는 걸 그냥 마셨다가는 잠들어서 눈을 깨어보니 짐이 털린 경우가 많다. 음료에 수면제를 섞은 것이다. 이처럼 남이 주는 곳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내 동선을 누군가에게 알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오늘 어디를 간다고 알려두는 것만으로도 만약의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또 해외에서 만난 현지인과 쉽게 친해져 따라가는 건 위험하다. 한국에서도 길 가다 처음 본 사람과 바로 술 한잔 하러 가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외국도 마찬가지다. 호의를 거절한다고 해서 무례한 게 아니다. 오히려 내 안전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태도다. 여행지에서 추억을 만들려다가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 위의 몇 가지 기본적인 주의사항만 잘 지킨다면 여행은 충분히 안전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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