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맞닿을 때 더 따뜻해진다
연말의 공기는 언제나 조금 설레고, 조금 서글프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마음과 새해를 맞이할 기대가 얇은 막처럼 겹쳐진다. 올해도 11월에 하는 부부동반 송년 모임을 했다. 호텔 연회장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였다.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보는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나이 들어갈수록 오래된 만남은 여전히 서로의 삶 안에 존재한다는 왠지 모를 다정함이 있다.
연회장은 이미 흥이 시작되었고 행사 진행을 맡은 사회자는 시작부터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진행자는 시작부터 특별한 게임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그걸 행사가 진행되는 과정, 중간중간에 여러 번 하겠다는 주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3분간 쉬지 않고 웃으며 손뼉 치기 게임이었다. 순간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들이었다. 뭐 이런 쉬운 걸, 하는 표정들. 중년의 여유와 은근한 자신감이 눈빛 사이로 스친다. 두 팔을 벌리고, 크게 웃으며 손뼉을 치면 된다고 사회자는 설명을 덧붙였다. 동작이 클수록 혈액순환이 촉진이 되고 활력이 솟아난다고 크게 크게 웃으라고 부추긴다.
활력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반응했다. 나이 들수록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살아 있는 생기가 아닐까. 사회자의 '시작!' 소리와 함께 다들 한바탕 통쾌하게 웃어젖힌다. 연회장은 갑자기 작은 축제의 장이 되었다. 웃음소리가 공기 위로 튀어 오르고, 손뼉 부딪히는 소리가 리듬처럼 울린다. 처음에는 모두가 여유로웠다. 목소리도 우렁찼고, 웃음은 밝았고, 동작도 활기찼다.
하지만 1분이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팔이 조금씩 내려가고, 웃음은 작아지고, 웃음소리는 점점 흔들린다. 테이블마다 생각보다 '힘드네' 하는 탄식이 새어 나온다. 누군가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웃음을 이어가고, 또 누군가는 은근슬쩍 동작을 축소한다.
3분이 끝나는 순간, 모두가 동시에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가벼운 게임이었지만 땀 한두 방울이 등에 맺히고, 손끝이 뜨거워졌다. 모두는 서로를 보며 다시 웃었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 하며 다들 그 짧은 시간 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웃는다는 건, 쉽지 않다. 즐겁게 산다는 건,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활력은 나이를 더해 갈수록 의식적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인식이 들어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웃음은 얼굴의 주름을 감싸는 가장 따뜻한 커튼이라고. 나이 들어가면서 얼굴에 시간이 남긴 흔적을 점점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주름 사이로 스며드는 웃음의 결은 더 깊고 곱다. 젊을 땐 이유도 없이 잘 웃었지만, 지금은 웃음 한 번이 가진 힘을 안다. 몸을 풀고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는 의미가 웃음이다.
3분간의 손뼉 치기에서 배운 것은 웃음과 관계의 멈추지 않는 연습이다. 가끔 인생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진다. 경력을 쌓고 책임을 다해도, 시간을 잘 살아도 어느 날 문득 가슴이 휑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더 많이 웃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가볍게 웃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듯 의식적으로 웃어야 한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거창한 것을 향해 달리는 일이라기보다, 사소한 활기를 매일 채우는 일 아닐까 싶다. 가볍게 손뼉 치고 또 크게 웃고, 그 순간 옆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단순한 웃음이 오래 남을 삶의 근육 운동이다.
손뼉을 칠 때 손바닥이 서로를 때리며 열을 만들듯, 사람과 사람의 마음도 부딪힐 때 따뜻해진다. 혼자 박수 치면 소리가 나지 않듯, 웃음도 함께여야 가능하다는 걸 다시 한번 더 느꼈다. 올해 송년회는 음식이 더 특별히 맛있고 쇼 행사도 재미있었고 그 3분의 웃음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나이 든다는 건 여유 있게 웃음을 지니는 것을 가르쳐 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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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손뼉을 치며 웃어야겠다. 살아 있다는 건, 깊게 호흡하는 일이고, 가슴이 환하게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계속 만들어 가는 일이니까. 언젠가 세월이 더 내려앉고, 걸음이 느려지더라도 그 3분처럼, 남편과 서로를 향해 웃으며 손뼉을 쳐야겠다. 여전히 따뜻한 존재임을 잊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