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시니어 다이어리 in 판교> 시리즈

by 오네시보로
내가 시니어라고?

판교에 있는 IT회사에 근무한지 어느덧 5년이 되어 간다.

성수동의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판교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내 업무경력은 10년이 되어 간다.

그렇지만 여전히 배워야 할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대체로 젊다.

흔히 정통 대기업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처럼 나이 많은 부장님이나 과장님이 있는 구조도 아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 실무자가 많지 않다.

난 아직 배울게 많은데, 나보고 시니어라고 한다.


어느 덧 서른 중반, "내가 이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는 요즘이다.

오래 다니면 10년 다닐 수 있을까?

그럼 10년 뒤에는 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아직 내 집 마련도 못 했는데, 30년 상환하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텐데..

AI 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내가 AI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나?

지금 사회에 뛰어드는 젊고 똑똑한 인재들보다 잘 난 점이 있나?


출근하면서, 퇴근하면서 많은 고민이 꼬리를 문다.


나도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때는, 내가 엄청난 일을 이루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챗바퀴 도는 일상이 아닌, 사회를 바꾸는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공무원도, 공공기관도 아닌 사기업의 일개 실무자이다.

정년은 60세라고 하지만 나의 정년을 보장해 주지 않을 뿐더러, 이 회사는 "가늘고 길게 가는 실무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 터다.


지금 그 회사에 뼈 묻을거야?

사실 이 고민은, 아내로부터 시작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 더 이직을 해야 하지 않아?"
"거기서 조직장 달 수 있어?"
"40살 넘으면 실무자로 받아줄 회사가 있어?"


"당신이 IT회사를 잘 몰라서 그래, 여기는 실무자가 많이 필요해." 라고 이야기 했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부터 고민이 많아졌다.


우리 회사의 구조는, 아니 어쩌면 우리 조직의 구조는 조금 특이하다.

"본체"라고 불리는 조직에서 분사가 되면서, "본체"의 실무자가 분사되는 회사의 조직장을 달고 나왔다.

그리고 이 회사가 다시 "본체"로 흡수되었다. 조직장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


1차 조직장이라고 불리던 "셀장" 체계가 없어지고,

2차 조직장이었던 "그룹장" 부터 조직장으로 남았다.

1차 조직장들은 갑자기 조직장 타이틀을 떼고 실무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운영조직이다보니 회사에서 큰 기대치가 없어, 별 이슈가 없다면 거의 터치도 없다.

조직장은 계속 유지가 되고, 실무자는 실무자로 계속 유지가 된다.

기존 조직장이 퇴사하거나 갑작스레 공백이 생기지 않는 한, 한 조직에 있으면서 위로 올라갈 기회가 없어 보인다.


좋게 말하면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는 조직처럼 보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늘 제자리" 인 조직인 셈이다.

(적어도 우리 조직은) 실무자로 열심히 일 해봐야, 회사에서 인정 받을 수 없는 조직이고

오래 일 해 봐야 조직장으로 올라가기 힘든 조직이다.


서른 중반인 나,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 나,
만년 실무자로 살아도 괜찮은 건가?


서른 중반,
고민이 많은,
시니어라 불리는 중니어의 다이어리를 기록해본다.


나도 언젠가 리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Senior Diary In Pang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