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던 카페 에서
보통 영화를 보면 비가오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을 한다. 좀 구태의연하다 싶은 것이 이별의 순간 우산을 받치고
또는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선다. 그런데 비가 오면 늘 이층에서 내려오는 키가 큰 인상좋은 여인과 평범했지만 인연의 시작이 되었던 비오던 토요일이 떠오를 것 같다.
지금도 내가 늘상 나에게 남에게 자주 하는 하는 말 " 상황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딱 그때의 심정이 그러했다.
비가 오고 어수선했고 약속 장소 마저 어긋나 있지만 밝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2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조금은 키가 커보이는 여성이 보였다.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해보였지만 얼굴의 인상으로 보아 평상시 성품은 좋아보이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래도 몇번의 만남을 이어간 사람은 키가 여성들이 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키큰 여자를 좋아 했던 것 같다.
내가 백칠십이 안된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키 때문에 주눅이 들지는 않았는데 키 큰 여자를 좋아한 것은 무의식적으로 가지지 못한 덕목을 이성을 통해서 라도 실현 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머니도 키가 컸다. 1949년생 이셨던 어머니는 막내로 태어났지만 키가 크고 빼대가 굵으셨다. 그런데 아버지릃 작은 분을 만나셨다.165 정도 되는 작은 키였는데 주로 서있는 사진은 없어 앉은 자세로 찍은 사진을 보면 어머니가 아버지 보다 컸다.
참.. 아버지를 닮았는지 .. 아쉽다... 그래도 오똑한 콧날은 물려주셔서 주저앉은 듯 낮은 어머니의 코를 보면서 얼마나 안심을 했는지 모른다.
커피숍 2층에서 내려온 이 여성과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 이런 말을 건낸것 같다.
미안합니다. 약속장소를 잡는데 마다 손님이 많아서 불편을 드렸습니다. 제가 오다가 본 호텔 커피숍을 봐뒀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걸으시면 되는데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어렵게 약속 장소를 찾았는데 다시 손님으로 가득해서 다시 장소를 옮겨야 하는 번거러움에 짜증이 난듯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이 만남도 글렀구나 싶었다.
그다음 같이 걸을때 보조를 맞춰서 걸을 까 ? 아니면 그냥 앞질러 가면서 따로 오라고 할까? 아니면 차를 끌고 태우고 갈까?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장농에서 꺼내 입은 양복에서 쾌쾌한 냄새가 났다. 나에게 홀애비 냄새가 날까?
가면서 그냥 아무 말없이 걷고 싶지 않아서 만남의 장소에 가서 옮기는 과정을 이야기를 했다.
광안리에서 다른커피숍을 알아볼수는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이 토요일 오후 커피숍을 모두 차지 했을 거라고 말했고 그래도 수변공원은 주차하기도 좋았을 것 같고 광안대교를 아주 가까이 볼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데 도로에 주차해 놓은 차를 피하며 사람을 피하다 보니 간간히 우산끼리 부딪혔다.
예약없이 흘낏 눈도장만 찍은 카페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따로 있지만 좁았고 호텔 숙박객 차량과 뒤섞이며 불편할것 같았다. 급한대로 도로에 주차해놓은 것이 잘한것 같았다.
커피숍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계단으로 이동을 하니 광안대교를 바로 바라보는 유리창문 카페가 니은자 모양으로 좌석이 배치 돼있었다. 구석으로 들어가니 자리가 있었다. 아마 맞선녀 는 에이드 종류를 주문한것 같고 난 한참 맛들인 라테를 시켜 자리에 앉았다.
마주않은 2인용 좌석 옆 창밖으로 조금 비가 개여 광안대교 양방향으로 길게 정체가 된 차량들이 아주 가까이 보였다. 살짝 뒤로 의자를 멀리해서 보면 상대 여성의 다리가 보였다.
맞선녀의 표정은 인상과는 달리 무덤덤해보였다. 그도 그럴듯이 궂은 날씨와 두번씩이나 약속장소를 바뀌어 이해할수 없는 일정이라 생각 하는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