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었을까 의지였을까?
이것은 악몽인가?
꿈에 나타난 노파는 나의 아랫도리를 세번 건드렸다. 그것이 불쾌한다는 생각은 꿈이 깬 후 느꼈던 감정이었을까. 청소년기 남자들은 몽정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예쁘고 늘씬한 아가씨가 나와도 현실이 아니라서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어머니 뻘 되는 노인이 나에게 희롱을 하는 꿈이었으니 말이다.
그날 봄비는 외출하기에 참 불편을 주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이라고 해도 주말 부산의 광안리는 그 얼마나 사람들로 북쩍일까? 맞선자리를 마련해준 교회 여집사의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돈다
" 집사님 혹시 지금 만나는 분 계세요?"
" 너무 오랜만입니다 그렇잖아도 교회에서 간혹 지나치다 인사를 했는데 이렇게 전화를 주시네요 "
" 집사님 지금 만나는 사람없는거 맞죠?"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도 아닌데 워낙 단도직입적으로 훅 들어오니 당황을 했다.
" 나이는 한살이 어리고 얼굴은 나이에 비해 어려보여요"
" 아~ 네. 지금 만나는 사람 없습니다. 사람을 소개 시켜주신다고 하니 고맙기는 한데 ..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 미안해요 집사님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고 본론만 이야기를 했네요. 저는 잘지내요"
오늘 맞선은 정말 내기억에서 가물 가물할 정도로 오랜만 이었다. 나이가 오십이 넘으니까. 기대가 없어진다고 할까.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과 연애에 대한 낭만 같은 것은 영화속 이야기 드라마 주인공 들만의 소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여성의 이름과 전화 번호를 전해 받고 회사에서 문자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 집사에게 소개를 받은 주**이라고 합니다. 혹시 4월 20일 토요일 오후에 시간이 어떠신가요?
네 반갑습니다. 그때 그시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얼굴도 모른채 문자로 주고 받는 대화가 참 어색하고 힘들었다. 그것은 의무감이나 격식그리고 뭔가를 의식행위처럼 굳어져 버린것이 나이와 함께 마음 근육마져 굳어져 버린 것 같았다.
혹시 광안리나 수영구 부근 어디에서 약속 장소를 잡는 것은 어떨까요?
편한대로 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상대가 사는 집과 직장을 배려해서 약속장소를 잡으려는데 상대에게 지나치게 배려하는것이 아닐까 ? 아무리 여자 이지만 약속장소를 추천해주면 어떨까 ? 주도권은 남자가 그리고 여자가 따라가는 관행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이런 전통과 관습속에서 나는 잘 할수 있을 지 모르겠다.
광안리나 수영구 남구 어디라도 괜찮다고 했는데 그나마 내가 좀 아는 장소인데 약속장소는 어디로 하지?
날짜와 시간을 정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카페라도 근사한데서 봐야 할텐데 광안리 카페라면 어디라도 멋진 뷰를 볼수 있지 않을 까. 구글 맛집의 리뷰를 보고 네이버 블로그로 확인을 하는 습관을 들인지라 내가 정한 카페는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주말의 개념이 너무 확 바뀌었고 여가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너무 달라졌다. 나를 위해 뭔가를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나를 위해 해외여행을 한다든지 취미 생활 조차 가져볼 생각을 못했다.
" 너는 결혼을 하더라도 애는 낳지 말아라 나이가 들어 애를 낳으면 부모가 죽으면 고아 되잖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하던 말이다.
" 아이고 어쩌다가 내아들이 오십이 넘었니"
어머니도 연말 연시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가니 자신의 나이를 되내이면서 자연스럽게 자식의 나이를 생각하신 듯했다. 돌아가신 아버지 나이줄에 내가 서있었다. 나 인생에 결혼이나 연애란 존재할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아 ~ 결혼하지 않은 그것도 단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날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결혼 생활이 아내가 있는 삶이 너무 궁금했다. 나는 결혼할수 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