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오는 걸까, 내리는 걸까.
장마가 왔다.
누군가는 그 아래서 속옷까지 말리고,
누군가는 젖은 속마음을 꺼내어 말한다.
시원하다고 하는 이는
등을 식히고 싶은 사람,
우울하다고 말하는 이는
안 그래도 젖어 있는 사람.
깨끗하다고 믿는 이는 아직 더러움과의 거리를 안 재본 사람,
더러워졌다고 말하는 이는 비에 씻기지 않을 기억을 가진 사람.
그렇게 다른 건 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이 빗물이 바다물인지 샘물인지,
그게 뭐 중요할까.
하늘에서 온 물은 짠내도 없고 비린내도 없다.
하늘이 뿌린 건 땅에 있던 걸 잊은 물일 뿐.
이건 환복이 아니다.
비가 되어 다시 오는 건
속까지 바뀌는 중생.
내려야 할 마음들이 하늘에 너무 많다.
쏟아지는 건 비지만
닿는 곳마다 자국을 남기니 사람일 것이다.
이 땅엔 깨끗한 그릇 하나 없다.
우리는 모두 눈을 감고
제 비를 들이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