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그 다음은 초록

장마가 지나면 애들이 색이 변해요. 초록으로.

by 박재

아직 부르지 않은 신록의 이름



신록은
마치 누가 다정하게 불러줄 것 같은
이름이다


봄의 뒤에 조용히 선 신록은
그저 여린 잎새가 아니라
한 해를 향한 출발의 심장이다.


가벼운 시작이기에 들뜰 수 있고
가벼운 몸이기에
빠르게 멀리 뻗을 수 있다


나는 기억한다
나에게도 한때 신록 같은 계절이 있었다는 걸

장마는 모든 신록을 시험한다

퍼붓는 것과 스미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단단해진다.


누가 잎을 갉아도 상처가 아니라
두꺼운 초록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게 살아남는 나무의 방식이다

신록에 머무는 나무는 그 해의 가을을 못 본다


지나가는 바람마다 인사를 건네고
모든 비를 몸에 껴안으며

초록이 된 나무만이

다시 봄의 신록을 부른다


그러니 지금의 너는 초록으로 서 있는 중이다
곧 다시 너의 신록이 아름답다 말해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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