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등은 왜 이렇게 빨리 꺼지는 것일까요?
중력의 안내를 받은 유성의 낯빛이
전단지 붙은 현관문을 스쳐 지나간다
열 켤레쯤 깔린 신발은
사계절의 지침과 게으름
어디를 밟아도 쑥 들어가는 235
신발을 채 벗기기도 전에
꺼지는 현관 센서등
성의 없이 스친 손길에 불응하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젖힌다
불은 다시 켜졌지만 허릴 숙이자 곧 꺼졌다
요구르트 뒤꽁무니를 앞니로 잘근 씹어
틈새 내어 마셨던 버릇은 어디 가고
요구르트 번들에서 비닐을 뜯지 않은 채
빨대를 차례로 꽂아 마신다
입 대신 손만 바쁜 저녁
불을 켜지 않아도
방은 익숙한 어둠으로 적당히 보인다
생각보다 불 꺼진 집이 안온한 까닭이었다
빈 쌀통은
이 집의 중심에 놓여 있다
때 낀 창 사이로
네온사인이 아닌
꺼진 사각창들
그 안의 더 어두운 움직임이
가끔 그림자를 일렁인다
깜빡이는 와이파이
밤에 출력되는 팩스
못다한 일을 무시하듯
꺼지는 위층 의자는
아직 사람의 체온을 기억하고 있다
사회초년의 진로 고민과
사회중년의 진로 고민 중
어느 쪽이 더 비좁고 어두운가
내 머리의 센서등은 둔하지만
불보다 먼저 꺼진다
오늘 북위 75도 57분
14시간 35분의 햇빛이 있었다지만
오늘 내 눈에
닿은 건 없었다
하얀 약 두 알을 털어 넣고
어두운 곳에서
더 어두운 무언가를 찾으며
눈을 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