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강조하고픈 건강 이야기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식습관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뜻인데 이와 비슷하게
<당신의 자세가 당신이 된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자세’에는 멈춰 있는 자세 또는 움직이는 자세 모두 포함이다. 의자에 앉는 자세, 걸을 때 자세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나이가 들고부터는 몸 곳곳이 난리다. 작년엔 왼쪽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한동안 왼쪽 팔을 조심해서 사용해야만 했었다. 올해는 오른 무릎과 오른 손목이 아프다. 무릎과 손목은 별개의 이유로 아프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아픈 타이밍이 겹쳐서 한 번에 치료를 받고 있다. 굳이 긍정회로를 돌려보자면, 병원 두 번 갈 수고를 한 번으로 줄여 주었으니 이득인 셈이다.
몇 년 전 달리기를 하다가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한 달여 만에 달리기를 그만둔 적이 있다. 전력 질주도 아니고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설렁설렁 뛰는 정도였지만 한참 재미를 붙이려는 찰나에 그만두게 되어 몹시 아쉬웠다. 다행히 그 이후로는 크게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얼마 전부터 무릎 한 곳에서 작게 통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래 걷거나 무릎을 굽히는 동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의 어느 부분이든 다 소중하다. 그리고 작은 부위라도 통증을 무시하다간 나중에 더 큰 일을 당하게 된다. 이건 내가 진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일주일 사이에 자연스레 나아지지 않는 통증은 무조건 빠르게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어차피 빠르게 자연 치유되어 완전히 예전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나이는 이미 지났다. 괜히 집에서 처치를 해보네, 운동을 해보네 해봤자 잘못된 방법이라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아프면 병원 가자,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고 평소의 자세나 운동 습관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체크해 보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보여주신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내가 봐도 뼈는 참 바르고 곧게 생겼다. 무릎 주변의 다리뼈는 물론이고 손의 뼈도 완벽한 모양이다. 뼈 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이 말이 어찌나 반갑고 뿌듯하던지.
무릎은 관절이나 인대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반월 연골 부근이 조금 부어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반월 연골은 무릎 위아래 관절 사이에 있는 반달 모양의 연골이다. 길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못된 자세로 인해 연골에 무리가 왔다’였다.
팔자걸음의 버릇이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발이 나가는 곳을 따라 무릎이 앞으로 움직이고 체중이 실려야 하는데 내 걸음을 체크해 보니 발은 바깥쪽에 있고 무릎은 안 쪽에 있다. 땅을 짚고 선 발의 위치와 무릎의 위치가 어긋나 무릎 안쪽으로만 체중과 힘이 쏠리다 보니 한쪽 연골이 무리가 간 상태라고 했다. 발바닥의 아치는 사라진 지 오래로 마치 평발처럼 걷고 있었다. 걸음걸이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아마 걸음마를 배우고 나서부터 몇십 년 동안 쭉 똑같은 자세로 걸어왔다. 걸을 때 즉각적인 통증이 없으니 몸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무릎의 통증은 주사 대신 약을 먹으면서 도수치료로 고쳐보자고 하셨다. 도수치료 선생님과 함께 다리 상태에 대해 세밀하게 진단을 해보니 그동안 얼마나 몸에 좋지 않은 자세로 걷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디에 힘을 주고 어떤 모양으로 발걸음을 떼고 붙여야 하는지 알려주셨는데, 그 설명대로 걸으려니 마치 걸음마를 새로 배우는 아기 같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걸음걸이를 한 보 한 보 신경 써서 걸으려니 정말로 뒤뚱거리며 어색하게 걷게 된다. 하반신에 신경을 집중하니 상반신이 따로 놀게 되어 전체적으로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한다. 누가 보면 평생 누워 있다 처음으로 일어난 사람처럼 보일 것이 틀림없다.
슬로 모션으로 한 발자국씩 걷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올바른 자세로 움직이려면 느리게 걸어야 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힘이 들어가는 다리의 각 부위를 체크하고 골반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며 무게 중심은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신경 써야 한다. 한 마디로 골치가 아픈 연습이다. 상당한 집중력도 필요로 한다. 마치 지뢰밭에서 지뢰를 피해 살금살금 이동하는 것처럼 온 신경을 발과 다리, 허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 와중에 상체가 앞으로 쏠려 척추가 굽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언제 이렇게 내 몸의 구석구석이 제대로 움직이고 동작하는지 신경을 써 본 적이 있던가. 매서운 바람이 부는 한 겨울 날씨인데도 땀이 날 것만 같다.
다시 배우는 <걷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는지 30분 이상 걸어도 예전처럼 불편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대로 걷는 자세를 교정하면 튼튼한 뼈와 함께 꽤 오래동안은 다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도?라고 내 멋대로 긍정적인 상상을 해 본다.
이런 몸의 통증들은 사실 어느 순간 갑자기 온 것은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오로지 나, 몸을 쓰는 본인 때문이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쓰기, 안 좋은 자세로 무리해서 특정 부위만 사용하기, 과하게 오래도록 한 동작만을 반복하기 등, 결국 통증을 만든 사람은 나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문제는 몸이 아프고 나서야 잘못된 방식으로 자세를 취하거나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몸이 튼튼해서 아주 많이 나이가 들어서야 겨우 증상이 나타나면 그나마 땡큐다. 아니면 아예 어릴 때 경고성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교정도 빠르고 치유도 빠를 것이다. 나처럼 애매한 나이에 문제가 터지게 되면 더 이상 잘 낫지도 않는 상처와 통증, 그리고 바로잡기 힘든 버릇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다 커서 고생할 것을 왜 어른들은 어렸을 때 바르게 걷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셨을까. 왜 이상한 자세를 교정해주지 않았을까, 체육 시간에 달리기만 시킬게 아니라 기본적인 서 있는 자제, 앉아 있는 자세, 걷는 자세를 자세히 알려줬어야 하지 않나. 괜히 엉뚱한 사람들을 원망하게 된다. 물론 솔직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너 그러다 나중에 고생하게 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어도 그 말은 뇌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한 귀로 흘러 나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말이다.
내과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어떤 종류의 일이든 몸을 써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누워서 핸드폰만 본다고 해도 팔의 근육과 손가락의 힘을 쓴다.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몸의 일부분만 다쳤다고 해도 그 부분만 못 쓰거나 힘든 것이 아니다. 몸이 연결되어 있는 이상 일부분의 통증과 불편함은 다른 부분으로도 전파되어 결국 몸 전체에 영향을 준다.
어깨의 통증을 단순 팔 근육이 놀랐겠거니 생각하고 방치했을 때 그것은 목과 등의 통증으로도 이어졌다. 마치 내 어깨 위에 귀신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서야 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한쪽 어깨의 힘줄이 일부 끊어진 상태였다. 전문 용어로는 “회전근개 파열”이라고 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변기 뒤쪽 상부장에 있는 휴지를 꺼내기 위해 왼쪽 팔을 높이 들었다가 어깨 힘줄이 끊어졌으니, 당사자인 나도 어이가 없었다.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낸다는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한 동작이었다. 평소 스트레칭을 거의 하지 않을 때였는데 그동안 하지 않던 동작, 갑작스레 팔을 비틀어 올리자 몸이 견디질 못하고 지지직- 망가졌던 것이다.
상체 운동은 하기 어려우니 하체 운동이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가 매트를 깔고 운동을 시작한 순간 바로 알았다. 하체 운동이라고 해도 두 다리로만 운동을 할 수는 없다. 팔을 들어서 자세의 균형을 잡거나 팔을 내려서 몸을 지지해야 한다. 한마디로 팔을 잘 쓸 수 없다면 하체 운동 또한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움직임에 있어서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다리가 아파서 하체에 힘을 주고 바르게 앉지 못한다면 상체 운동 또한 하기 힘들 것이다.
몇십 년간 무의식적으로 행했던 움직임이 잘못된 것이라면 힘들더라도 수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똑같은 사태가 반복해서 발생하지 않도록 재활 훈련을 해야 한다. 어깨를 다친 이후로 나는 아침 루틴에 목 어깨 스트레칭과 재활 운동을 추가해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앉아 있을 때는 늘 허리와 목의 위치를 신경 써서 앉는다. 돈도 안 드는 정말 사소한 습관이지만 그 덕분인지 예전처럼 귀신이 어깨를 누르고 있는 통증은 그 이후로 없었다.
최근엔 손목과 손가락 통증 완화를 위한 운동을 몇 개 루틴에 추가해 넣었다. 작년에 처음 시작할 땐 10분도 채 안 걸리던 아침 스트레칭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이렇게 하나둘씩 추가해 넣다 보면 재활 운동 전신 마스터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웃픈 생각도 든다. 그래도 몸이 아프지 않다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만큼 튼튼하고 아프지 않은 몸이 제일 소중하다.
바쁘게 살다 보면 간단한 스트레칭 할 시간도 없다는 얘기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1-2분 정도는 짬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단 1분이더라도 목운동을 할 수 있고, 어깨 회전 운동을 할 수 있으며, 스쿼트를 몇 번은 할 수 있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다가도 30분에 한 번씩은 꼭 일어나서 책상 주변을 걸어 다닌다던지 기지개를 켜는 식의 아주 쉬운 동작으로 몸을 움직인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몇 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훨씬 두뇌가 리프레시되며 지루한 작업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우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살면서 제일 우울했을 때가 몸이 아플 때였다. 기한 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통증은 불필요한 잡생각으로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의 역사적 어원은 잘 모를지라도, 나는 이 문장의 문자 그대로의 뜻에는 깊게 공감한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기란 훨씬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정신력이 남다른 사람이라면 다르겠지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나는 그랬다. 내 정신은 신체의 컨디션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대신 조금만 꾸준히 노력하면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내 몸에 신경 쓰고 스스로를 보살피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적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세교정도 운동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보니 사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래도 다들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나이 들었으면 하는 진심을 담아 작성하였다. 얼른 마무리해서 발행하고 걷기 연습하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