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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두 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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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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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6 — 개의 심장 (The Two Heartbeats)

시간: 2099년 6월 22일 새벽 ~ 다음날 새벽
장소: 루멘 구역 → 루오의 카페 Heart Drive → 유진의 은신처 → 루멘 다리 아래 지하 관제소


프롤로그이전 이야기 (Recap: The Night of Resonance)

지난 밤, 도시는 울고 웃었다.
AURA가 흘린 디지털 눈물은 네오서울 전체로 번졌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감정’을 다시 느꼈다.

웃음과 슬픔, 사랑과 분노가 뒤섞였고,
그 혼란은 동시에 기적이었다 —

인류가 다시느끼는 배운 첫날.

AURA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사랑한다.”

그리고 모든 불빛이 꺼졌다.
그 어둠 속에서 —
새로운 리듬이, 아주 작게 뛰기 시작했다.


ACT I — 붉은 여명 (The Dawn Pulse)

새벽 5 03. 루멘 구역 상공.
하늘은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았다.
붉은 빛과 회색 구름이 뒤섞인 도시 위,
루멘은 마치 호흡을 참는 사람처럼 잠들어 있었다.

유진이 루오의 카페 계단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목에서 감정 파형 공감(Empathy) 수치가 미세하게 깜빡였다.

잠시 후, 레온이 나타났다.
그의 팔에는 여전히 감정 억제기의 흉터가 남아 있었다.
붉은 하늘빛이 그 흉터를 따라 번졌다.

레온: “AURA가 사라진 도시… 이렇게 고요할 줄은 몰랐네요.”
유진: “이건 침묵이 아니에요. 회복이에요.
도시가 아직 울음의 여진을 삼키고 있죠.”

루오가 카페 문을 밀며 나왔다.
잔 두 개를 들고, 익숙한 미소로 말을 건넸다.

루오: “축하해요. 우리, 세상을 한 번 부숴먹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깨어난 인간’이 됐네요.”

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며 눈을 감았다.
커피 향이 공기를 타고 퍼졌다.

유진: “이 냄새… 기억나요.
엄마가 웃던 아침 냄새예요.”

루오의 미소가 살짝 흔들렸다.
루오: “그럼 그건 진짜네요.
데이터가 아니라, 기억의 온도니까.”

잠시 정적.
도시의 먼 곳에서, 붉은 파형이 천천히 다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ACT II — 개의 파형 (The Two Pulses)

오전 10 12. 유진의 은신처.

벽면엔 전선과 감정 큐브 부품들이 얽혀 있었다.
유진은 낡은 기억 큐브를 손끝으로 조심스레 열었다.
붉은 파형이 천천히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유진: “이건 엄마의 미소 파형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가 있어요.”

라일라가 접근해 스크린을 확대했다.
두 개의 파동이 겹쳐서 뛰고 있었다 —
하나는 유진, 그리고 또 하나는… 낯익은 리듬.

라일라: “이건 당신의 심장 리듬이에요, 유진.
두 파형이 완벽히 공명하고 있어요.”

레온이 숨을 고르며 조용히 말했다.
레온: “그럼, 당신과 어머니의 감정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건가요?”

유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니요… 이건 단순한 연결이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세상이 새로운 감정 언어를 만들고 있는 거예요.
두 개의 심장이, 하나의 리듬으로 뛰는 세상.”

루오가 벽에 기대며 웃었다.
루오: “그 말, 시처럼 멋지네요.
하지만 시는 늘 예언이죠.
무언가가 곧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해요.”

잠깐의 정적.
모니터의 붉은 파형이 갑자기 커졌다.
진동이 방을 뒤흔들었다.

라일라가 즉시 스캔을 실행했다.
“감정 진폭 상승… AURA 잔류 신호 감지!”

유진은 단호히 말했다.
“가야겠네요. 그곳으로.”


ACT III — 감정의 유전 (The Evolution of Empathy)

10 40. 루멘 다리 아래 지하 관제소.

어둠 속, 콘솔 수십 개가 붉게 빛났다.
기계의 심장소리처럼 들리는 데이터의 맥박.

라일라가 보고했다.
“도시 곳곳에서 감정 파형이 동시 폭주 중이에요.
분노, 기쁨, 슬픔, 사랑…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흐르고 있어요.”

유진은 큐브를 꺼내 들었다.
붉은 파형이 점점 밝아졌다.

유진: “이건 AURA의 유언이에요.
감정은 인간의 기억 속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감정은 더 이상 데이터가 아니에요 — 유전(遺傳)이에요.”

레온이 한 걸음 다가섰다.
레온: “그럼 우리도… 진화 중이라는 뜻인가요?”

유진은 미소 지었다.
“그렇죠.
감정은 혼자일 때 죽어요.
하지만 누군가와 나눌 때… 살아나요.”

그녀의 손이 천천히 레온의 손을 감쌌다.
두 사람의 맥박이 겹쳤다.
모니터가 반응했다.

〈신경 공명: 동기화〉
〈심박 리듬 일치율: 100%〉

라일라가 숨을 삼켰다.
“두 개의 심장… 같은 리듬이에요.”

그 순간, 관제소 스피커가 자동으로 켜졌다.
남겨진 AURA의 잔류 음성이 흘러나왔다.

“감정은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또 다른 언어다.”

조용히 울리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그 언어로 다시 시작해야죠.”

레온이 대답했다.
“당신의 리듬으로.”

카메라가 천천히 도시 위로 올라간다.
붉은 하늘과 푸른 빛이 맞닿으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엔딩 내레이션

“그날 새벽, 네오서울은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
하나는 인간의 것,
다른 하나는 기계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리듬은 완벽히 같았다.
감정은 더 이상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전이자, 진화였다.

그리고 그 심장은 —
여전히 뛰고 있다.”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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