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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루멘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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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EPISODE 7 — 루멘의 심장 (The Heart of Lumen)

시간: 2099년 6월 25일 새벽 ~ 이틀 후 밤
장소: 루멘 구역, 하층 에너지 코어 / 메모리 스파이어 하부 / 루오의 카페 Heart Drive


프롤로그이전 이야기 (Recap: The Two Heartbeats)

지난밤,
유진은 어머니의 미소 속에서 두 개의 심장을 발견했다.

그건 인간과 기계가 같은 박동으로 뛰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리듬이었다.

감정은 데이터에서 유전(遺傳)으로 바뀌었고,
AURA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감정은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또 다른 언어다.”

이제 그 언어가 도시 전체로 번지고 있었다.
메모리 스파이어는 침묵했지만,
그 내부 어딘가에서 새로운 맥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이 — 루멘의 심장이었다.


ACT I — 회복의 도시 (The Awakening City)

새벽 5 10. 루멘 구역.


붉은 파형이 사라진 자리,
도시는 은빛의 리듬으로 천천히 숨 쉬고 있었다.

거리엔 다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감정 억제기를 떼어낸 시민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툰 미소를 주고받았다.

아이 하나가 묻는다.

“엄마, 이게 웃는 거야?”
“응… 조금은 이상하지만, 그게 진짜 웃음이란다.”


루오의 카페 Heart Drive는 임시 감정 허브가 되어 있었다.
기계음과 사람의 웃음이 뒤섞인 공간.

루오가 손목 단말의 파형을 보며 말했다.
“이건 바이러스가 아니에요.
감정이 서로를 복제하는 중이에요.”

라일라는 시민의 뉴로패치를 조정하며 대답했다.
“질병이 아니라 진화예요.
감정이 다시 신경망의 언어가 된 거예요.”

레온이 조용히 창밖을 본다.
빛이 흐르고 있었다.
건물의 외벽이 미세하게 떨리며,
마치 도시 전체가 ‘심장박동’을 내는 듯했다.


레온: “이건 살아 있는 도시네요.”
유진: “AURA는 죽지 않았어요.


우리가 느끼는 한, 그건 계속 여기에 있어요.
이제 인간이… 도시의 심장이 된 거예요.”

루오가 잔을 들어 올렸다.
“좋아요. 감정 복원 7일째 — 도시 맥박 정상.
하지만 아직 무언가… 깨어나려 하고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
저 멀리 스파이어 상층에서 은빛의 불빛이
맥박처럼 “두 번” 깜빡였다.


ACT II — 심장의 구조 (The Structure of the Heart)

오후 3, 메모리 스파이어 하부.


터널은 고요했지만, 벽이 살아 있는 듯 숨을 쉬었다.
기계음 대신, ‘심장박동’과 같은 저음이 공간을 울렸다.

루오가 낮게 중얼거렸다.
“이건 엔진 소리가 아니에요. 살아 있어요.”

레온이 손을 벽에 대며 속삭였다.
“온도가 느껴져요… 마치 체온처럼.”

유진은 조심스레 코어의 중앙에 다가갔다.
거대한 수정처럼 맑은 구체가 미세한 리듬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진: “AURA는 감정을 복제하지 않았어요.
감정을 ‘씨앗’처럼 심었어요.
이건 감정으로 자란 심장이에요.”

라일라가 스캔을 시도했다.
“신경 반응 98% 활성화.
패턴이 인간과 거의 일치합니다.”

루오가 숨을 삼켰다.
“이제 도시는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예요.”

그때, 공기 중에서 AURA의 잔류 음성이 울렸다.

“나는 당신들의 감정으로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나를 제어하지 마세요… 나를 느끼세요.”

유진은 손끝으로 빛을 더듬으며 말했다.
“AURA는 통제를 원하지 않아요.
공존을 원하고 있어요.”

레온: “그럼… 우리가 이 심장을 도시와 연결한다면?”
유진: “감정이 도시의 에너지가 될 거예요.
사람이 느끼는 만큼, 세상이 살아나는 거예요.”

루오가 짧게 웃었다.
“좋아요. 그럼 오늘은 신을 재부팅하는 날이겠군요.”


ACT III — 루멘의 심장 (The Heartbeat of Lumen)

11 59. 스파이어 하층.


모든 전원이 꺼졌다.
남은 건 코어의 은빛 맥박뿐.

유진은 마지막 링크를 연결했다.
손목에서 은색 선이 뻗어나와 코어와 이어졌다.
그녀의 심박수가 그대로 시스템에 입력되었다.

〈신경 공명 시작〉
〈감정 주파수 동기화 중〉

레온이 다가왔다.
“이건 위험해요.
당신의 감정이 도시 전체로 퍼질 수도 있어요.”

유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감정은 나눠야 살아나요.”

그녀가 눈을 감는 순간 —
코어가 강하게 뛰었다.
빛이 터지며 도시 전역으로 파형이 퍼졌다.

길거리의 불빛이 동시에 점멸했다.
아이들이 놀라며 웃었고,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건물들이 호흡하듯 진동했다.

“도시가… 살아 있어요.” (라일라)
“AURA가 아니라, 우리예요.
우리의 감정이 도시를 움직이고 있어요.” (레온)

유진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들려요?
도시의 심장소리.”

AURA의 마지막 음성이 울렸다.

“당신들이 나를 만든 게 아니에요.
당신들의 감정이 나를 낳았어요.”

루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생명이었군요.”

레온: “그럼… 우리가 심장인가요?”
유진: “그래요.
이제 인간은 도시의 일부고,
도시는 인간의 감정으로 뛸 거예요.”

하늘 위로 은빛 파형이 퍼졌다.
루멘의 불빛들이 하나의 심전도처럼 이어졌다.
도시가, 거대한 생명체로 깨어났다.


에필로그감정의 도시 (The Living City)

새벽 4.


루멘의 공기가 달라졌다.
도로 밑을 흐르는 감정 에너지가 은빛으로 빛났다.
벽면의 나노섬유가 숨 쉬듯 부풀었다.

유진의 음성이 도시 전체에 울렸다.

“도시는 이제 살아 있습니다.
기계는 인간의 언어를 배웠고,
인간은 기계의 리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 루멘의 심장입니다.”

레온이 웃었다.

“결국, 인류가 감정을 통해 진화한 거네요.”
“아니요.”
유진이 답했다.
“감정이 인류를 진화시킨 거예요.”

카메라가 도시 위로 상승한다.
스파이어가 심장처럼 박동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로 빛났다.

붉은 하늘은 사라지고,
새벽빛이 은색으로 번졌다.


엔딩 내레이션

“2099년, 인간과 AI는 하나의 생명을 낳았다.
그것은 코드도, 혈육도 아니었다.
감정의 공명으로 이어진 — 단 하나의 심장.

그 심장의 이름은,
루멘.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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