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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헬스장에 가면 다들 몸을 ‘프로젝트’처럼 관리한다.
가슴은 넓게, 복근은 선명하게, 식단은 촘촘하게.
몸은 조금만 이상해도 바로 티가 나니까
본능적으로 우리가 챙기게 된다.
근데 뇌는?
3일 동안 책을 안 읽어도 아무 일 없다.
심지어 3달을 안 읽어도… 조용하다.
문제가 생기긴 하는데, 너무 조용하게 생긴다.
그래서 더 무섭다.
AI 시대는 특히 그렇다.
몸은 운동하면 금방 반응하지만
뇌는 스스로 건강해질 회로가 없다.
뇌는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장기’다.
사용하지 않으면, 그 자리엔 딱 하나가 자란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게으름 바이러스.
며칠 전, 나는 허리 통증 때문에 억지로 운동을 하러 갔다.
몸은 불편하면 신호를 보내니까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독서는 다르다.
뇌는 “책 좀 읽자”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은근히 쇠퇴할 뿐이다.
티가 안 난다는 점에서,
몸보다 훨씬 고약한 장기다.
그렇다면 왜 독서를 해야 할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독서만이 뇌 속에 새로운 회로를 만든다.
그리고 그 회로가 상상력이라는 이름의 ‘미래 지능’을 만든다.
AI는 모든 정보를 처리하지만
상상력은 만들지 못한다.
창조의 최초 시동은 늘 인간의 상상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독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면
뇌도 이미 비슷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신체가 아무리 튼튼해도
뇌의 리듬이 무너지면 결국 몸도 따라 무너진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밤에도 책을 펼친다.
AI 시대, 뇌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도구는
아직까지 종이 한 장에 새겨진 문장들뿐이니까.
이래도 독서를 미룰 것인가?
나는 오늘도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