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도를 찾는 자에게만 바람이 분다

9725

by 인또삐

오늘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텍스트.
제목은 다소 담백했지만, 내용은 꽤 묵직했다.
인간에게는 번의 기회가 있다.”

사주팔자 상담 24년, 2만 3천 명의 삶을 지켜본 저자의 경험담 중
특히 내 마음을 후려친 건 ‘서핑 친구’ 이야기였다.

저자의 친구는 어느 날 돌연,
“나 서핑 배워볼래.”
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나이라면? 40대였다.

저자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게 이제 된다고?”

그런데 몇 달 후, 친구는
영화 폭풍 속으로〉 한 장면 같은 영상을 보내왔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보드 위에 우뚝 선 사람.
그 주인공이 바로 그 친구.

그 순간 저자는 깨달았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예전에는 ‘파도 좋은 날’과 ‘서핑 하는 사람들’이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친구 덕분에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깨달음은 너무나 단순하고, 너무나 근본적이다.

인간은 알아야 보인다.
모르면 눈앞에 있어도 못 본다.
현대 문명을 만든 존재치고는 꽤 아찔할 정도로 어리석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다.
어떤 분야는 ‘아예 파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았다.)


서핑의 법칙은 인생의 구조다

저자는 서핑에서 인생 철학을 끌어냈다.

1. 좋은 파도를 찾아라기회는 정지된 곳에 있지 않다

서핑을 하려면 파도가 좋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건 인간에게는 곧 기회를 찾아 이동하라는 말이다.
집에 가만히 앉아 “좋은 기회 오겠지…”
이건 진짜 자연법칙에도, 인생법칙에도 없다.

2. 바람은 마음대로 분다타이밍은 선택이 아니라 선물이다

서핑에는 바람이 필요하다.
명리학에서는 이를 ‘10년 대운(大運)’이라고도 부른다.
운이란 바람처럼 온다.
내 의지로 조작할 수 없다.
하지만 바람이 불 때,
그때를 위해 몸과 기술을 갈아 두는 건 내 몫이다.

3.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평생 파도가 오지 않는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대운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라고 착각한다는 것.

그건 서핑에선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오늘 파도가 집 앞으로 직접 오길 기다린다.”

세상에 그런 파도가 있나? 없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좋은 파도를 찾아 움직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간혹 10년마다 오는 ‘큰 바람’을 만나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의 작은 경험을 덧붙이자면

나는 ‘창작’이라는 파도에 올라타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영상 제작이라는 익숙한 바다만 바라보다가
SF 소설이라는 전혀 다른 파도를 만나
허우적거리며 서핑을 시작했다.

그리고 느꼈다.
“아… 파도는 늘 있었는데
내가 그쪽을 안 보고 있었구나.”

어떤 날은 거세게 말려 넘어지고,
어떤 날은 중심을 잡은 듯하다가 다시 빠지고,
하지만 그게 서핑이고, 그게 인생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죽을 때까지 파도를 찾아 다니는 .”

내가 보기에 이건 꽤 괜찮은 인생 전략이다.
왜냐하면 실패는 ‘넘어진 것’이 아니라
파도 앞에 서지 않은 순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생은 결국 서핑이다.

파도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고,

바람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며,

기술은 노력할 때만 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의 가장 파도는, 바다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서보면 된다.
넘어져도 또 서면 된다.

오늘도 조용히 말해본다.
“좋은 파도야, 어디쯤 오고 있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옳고 그름은 어디에서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