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담보는 무엇인가?

9723

by 인또삐

오늘 아침, 동네마트에서 원짜리를 꺼내다 문득 깨달았다.
종이가 이렇게 당연하게 힘이 있지?”
사장님은 이름도 모르는데 말이다.

정답은 간단했다.
돈의 힘은 종이가 아니라, 종이를책임지겠다 말하는 국가라는 담보다.


즉, 우리는 지폐가 아니라 이야기를 믿는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또 다르다.
국가도 없고, 중앙은행도 없고, 그 흔한 보증인도 없다.
그런데도 1코인이 1억이 넘는다. 왜?

누구도 혼자서 속일 수 없고
누구도 규칙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집단적 감시 시스템자체가 담보이기 때문이다.


화폐는 국가가 만든 이야기,
비트코인은 기술이 만든 이야기.

둘 중 무엇이 더 “진짜”인가?
어느 쪽도 아니다.
우리가 선택해 믿는 쪽이 진짜가 된다.


며칠 전 아내의 가계부 속에 영수증을 꼼꼼히 붙여놓는 걸 보며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담보 방식’이 있다.
누군가는 영수증을,
누군가는 통장을,
누군가는 비트코인을,
그리고 나는 — 글과 사유를 담보로 삼는다.


결국 담보란 금융 용어가 아니라
“내가 무엇에 마음을 맡기며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돈보다 중요한 건
내가 믿는 이야기의 질이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지갑보다
당신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낭만 러너, 욕망의 시대에 균열을 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