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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동네마트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다 문득 깨달았다.
“이 종이가 왜 이렇게 당연하게 힘이 있지?”
사장님은 내 이름도 모르는데 말이다.
정답은 간단했다.
돈의 힘은 종이가 아니라, 그 종이를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국가라는 담보다.
즉, 우리는 지폐가 아니라 이야기를 믿는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또 다르다.
국가도 없고, 중앙은행도 없고, 그 흔한 보증인도 없다.
그런데도 1코인이 1억이 넘는다. 왜?
누구도 혼자서 속일 수 없고
누구도 규칙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집단적 감시 시스템’ 자체가 담보이기 때문이다.
화폐는 국가가 만든 이야기,
비트코인은 기술이 만든 이야기.
둘 중 무엇이 더 “진짜”인가?
어느 쪽도 아니다.
우리가 선택해 믿는 쪽이 진짜가 된다.
며칠 전 아내의 가계부 속에 영수증을 꼼꼼히 붙여놓는 걸 보며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담보 방식’이 있다.
누군가는 영수증을,
누군가는 통장을,
누군가는 비트코인을,
그리고 나는 — 글과 사유를 담보로 삼는다.
결국 담보란 금융 용어가 아니라
“내가 무엇에 마음을 맡기며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돈보다 중요한 건
내가 믿는 이야기의 질이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지갑보다
당신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