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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지키는 언니야들
오늘의 윤슬
by
sunny
Aug 8. 2025
과정로 91번 길에는 '동백꽃 필 무렵', '폭삭 속았수다' 에서 보암직한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미소 짓게 하는 여인들이 계십니다.
주차장이라기엔 너무 작은 공간.
셔터문이 열리면, 그 안에는 가지각색의 의자들이 놓여 있습니다.
골목 삼거리 중앙에 위치한 일명 언니야들의 아지트는 골바람이 드는 길목,
사람들의 오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마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지요.
"여기는 뭐 하는데요?"
우리네 공간을 오픈 하기 전 사부작사부작 공사를 하는 기간에
골목에서 마주한 옆집 어르신께서 물으셨습니다.
"커피도 팔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 될 거예요."라고 말씀드렸고,
"응... 개업하면 놀러 갈게요~" 하시며 치아가 환히 보이게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이었습니다.
뒷집 할머니께서 세 분의 여인들과 함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반가움에 저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와우! 어서 오세요~”
"우리도 드라마에 나오는 것 맹키로 이~쁜 커피 마셔보자"
하시며
뒷집 할머니께서 현찰로 멋지게 계산을 하셨습니다.
(거스름돈이 없어 덜 받겠다 하니 "달아둬!" 하시며 넉넉하게 계산을 하셨죠.)
남편은 정성껏 라테 아트를 그렸고, 커피잔을 마주한 어르신들은 소녀처럼 손뼉을 치며 환호하셨습니다.
"음~맛있다! 우리 아저씨도 하나 사다줘야것다..."
"여긴 임영웅이 노래는 안 틀어주나?"
"음~고소하네. 맛나네.."
동시에 오디오가 겹치고 카페가 시끌시끌해졌습니다.
출근길에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여쭙고,
맛있는 게 들어오면 제일 먼저 언니야들과 나눕니다.
메뉴엔 없어도, 시원한 음료를 뚝딱 만들어 배달도 갑니다.
"아유~~만다꼬! 아유~"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고맙다하십니다.
"대박나이소"
덕담도 해주십니다.
"양배추 좋아하십니꺼"
물으시더니 양배추 한 덩이도 건네어주십니다.
열심히 작업하신 깐마늘도 필요하면 가져가라 하십니다.
그런 언니야들과의 만남과 대화가 참 좋습니다.
망미시장에 가는 길거리에서 반가운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지트에서 작업한 깐 마늘을 길거리에서 판매하시는 언니야들을!
반갑게 인사드리고 시원한 물을 사서 드리니
"또 만다꼬!"
하십니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곳이 되길 바라는 우리의 마음,
어쩌면 그 언니야들의 아지트에서 먼저 시작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매일매일 만나시는데 맨날맨날 이야기를 나누시는 언니야들이 참 신기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언니야들이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언니야들에게 기쁨이 되면 좋겠습니다.”
post-credit scene
그 후에 또 오신 언니야들! 언니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싶으시다는 손님의 선결제로 이어진 커피 회동!
네! 다음편은 "선결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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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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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골목에 '윤슬, 가득한집' 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찾아오는 분들과 이야기를 채워갑니다. 오늘의 윤슬을 기록하며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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