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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월 기후수다

21번째 기후위기 속 마을 대화모임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는 행궁동에서 만났어요. 비가 오는 바람에 플로깅과 캠페인으로 사전활동을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네트워크는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 공동체들의 활동을 연결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주민자치회’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죠. 권선2동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행궁동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행궁동은 2013년 ‘생태교통 수원’을 진행하면서 한 달 동안 차 없는 생활을 실천했던 마을인데요. 생활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태교통이 행궁동에서는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행궁동 주민자치회의 김광원 사무국장님과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7월 대화모임 안내(좌), 행궁동 주민자치회 김광원 사무국장(우)



생태교통마을의 의미

 예전에는 골목이나 공터에서 놀았는데, 요즘은 골목엔 차가 다니고 공터는 주차장이 되어 그럴 수 없잖아요. 한 달 동안 차 없는 마을을 실천하는 ‘2013 생태교통 수원’이라는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하면서 사무국장님은 길이 정말 편하고 좋은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데요. 

 그리고 ICLEI(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의 '오토 짐머만' 생태교통 페스티벌 총책임은 ‘2013 생태교통 수원’을 주민과 함께 지방정부가 동네의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된 것, 사람 중심의 도시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해요. 하지만 한 달의 행사가 끝난 이후 이런 비전을 계속 주민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실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인 차 없는 거리 행사만 지속되었죠. 


 2013 생태교통 수원에 엄청난 예산이 투여되었기 때문에, 행궁동 안팎에서는 인프라를 갖추고도 아직도 차 없는 마을을 만들지 못했으니 그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죠. 또 대화모임에서는 생태교통 때문에 인도와 차도 간에 턱을 없애다 보니 아무 데나 차를 세울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궁동을 찾게 되면서 행궁동이 더 심각해졌다며 대중교통 시스템부터 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고 차 없는 마을을 하면서 생태교통의 형태가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겠냐는 질문도 있었어요. 

 사무국장님은 생태교통 마을은 원도심이기 때문에 전선지중화와 하수도 교체공사에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이지 생태교통 자체에 집중 투여된 것이 아니라 하셨어요. 그리고 생태교통 마을은 마을 안에서 걷는 것과 주민들의 커뮤니티에 지향점을 두어야 하는데 교통시설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미 행궁동은 생태교통인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훌륭한 동네라고 하셨어요. 주민자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0% 이상의 방문객들이 대중교통으로 행궁동에 오는 것을 불편하지 않게 생각했다고 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이미 잘 되어 있는 생태교통(대중교통) 시스템이 아니라 공동체라는 것이죠. 한 달간의 실험을 마치고 생태교통 추진단은 해단되었지만 주민들은 나름의 후속모임을 계속해왔다고 해요. 작가들이 모여 생태교통마을의 내용을 책자를 만들기도 하고, 지구의 날에는 10분 동안 불을 끄고 회의도 하고, 작은 기후위기 대응 활동들이 쌓여 차 없는 거리나 생태교통 마을에 대해 동의하는 주민들이 생기고, 걷기 좋은 마을만들기가 마을의 주제가 될 수 있었데요. 



인문학 도시와 결합한 생태교통 마을

 수원시에서는 행궁동 외에도 여러 마을에서 ‘차 없는 날(Car Free Day)’ 행사를 하고 있는데, 각 마을이 ‘차 없는 날’을 진행하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차 없는 거리의 모습도 다른 것 같아요. 차 없는 거리에서 보행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것은 기본이고, 축제나 장터를 즐길 수도 있지만 행궁동 주민들은 인문학 도시와의 결합을 계기로 ‘생태교통’, ‘기후위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콘셉트로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고 해요. 

 남창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생태교통이 왜 필요한지 눈높이에 맞춰 교육도 하고, 배운 것을 표현해 보는 시간도 가졌고, 길거리 강연을 통해 생태교통과 마을비전,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알리는 시간도 가졌다고 해요. 또 함께 만장을 만들어 퍼레이드도 진행했고요. 

 2023년 생태교통 수원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뉴 페스타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 안쪽 ‘차 없는 거리’를 기획해 생태교통, 기후위기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행궁동에서 수원역을 걸어가겠다는 생태교통 실천 다짐도 했고, 거대 나무 인형, 공룡으로 분장하고 피켓을 들고 주민 퍼레이드도 진행했어요. 그리고 한 뼘 주차장을 분양해 차가 있던 공간을 ‘재활용 놀이기구’, ‘길거리 음악감상실’ 등으로 꾸미고, 기후위기와 관련된 문제를 맞히는 ‘기후위기고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답니다. 

행궁동 차 없는 거리와 행궁동을 걸어서 캠페인(출처: 행궁동 주민자치회)



행궁동 주민자치회의 생태교통 리빙랩

 행궁동은 12개의 법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13 생태교통 수원으로 생태교통마을을 조성한 곳은 신풍장안동이에요. 때문에 생태교통을 신풍장안동만의 이슈로 보는 주민들도 계신데, 행궁동 주민자치회에서는 12개의 법정동을 모두 포함한 행궁동 전체의 생태교통 마을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리빙랩을 진행 중이라고 해요. 

 2023년에는 주민들이 직접 조사원이 되어서 주민들과 방문객의 생태교통마을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고 방향을 잡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생태교통마을의 비전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했죠. 

 2024년에는 설문결과와 비전을 바탕으로 보행로 만들기 실험을 시작했어요. 경로당과 돌봄시설(행궁아해꿈누리) 앞 이면도로는 평소 양측 주차로 차와 사람의 통행이 모두 불편한 곳이었는데 이곳에 한쪽 주차를 비우고 도막포장을 해서 인도 구분선을 만들어 보행로를 확보했어요. 어려운 일이지만 직접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한쪽 면을 비워낼 수 있었다니 정말 행궁동 주민자치회 분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2025년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마다 화서문로 일부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골목길 내 속도를 20㎞/h 이하로 제한하는 것과 일방통행을 추진하기 위해 동의를 받고, 마을토론회, 시범운영 준비, 관련 부서와의 협의 등의 작업을 하고 계시데요.  

행궁동 생태교통 리빙랩(2023년~2024년)



차에게 내어준 공공공간을 되찾자

 김광원 사무국장님은 생태교통 마을을 우리 삶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거나 좋게 만들 것인지 ‘공공공간의 확대’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려 한데요. 도로는 가장 큰 공유(공공) 공간이지만, 우리나라는 차한테는 너그럽고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아 도로(길)를 차에게 다 내어주었어요. 파리나 코펜하겐처럼 유럽에서는 차의 이용을 불편하게 하면서 강제적으로 차량을 줄이는 과감한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행궁동에 방문객들이 많아지니 불법주차가 늘어 동네 차의 통행을 막거나, 집 앞에서의 흡연, 담배꽁초나 쓰레기의 불법 투기, 침 뱉기 등 따라오는 문제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항상 주차장을 더 만드는 것이 해법처럼 이야기될 때가 많은데, 사실 공유공간인 도로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행정이 차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주민들에게 장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상인들도 낮 시간의 편리함을 위해 주차면을 많이 확보하고 싶어 하는데, 큰 주차장을 만들면 방문객이 사라진 저녁이면 텅텅 비는 유령도시가 되는 거죠. 사무국장님은 방문객 주차장은 외부로 빼고 동네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을 확보하면,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포함해 도로 위 주차장을 줄여 걸을 수 있는 도로 폭을 넓히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하셨어요. 


 행궁동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모임 참여자가 인계동 나혜석거리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상설적으로 차 없는 거리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참고해 보면 어떨지 제안해 주셨어요. 사무국장님은 인계동은 상업지구인데, 행궁동은 주거지라 동네에 맞는 생태교통 시스템을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어요. 사실 행궁동에 관광객과 상점을 늘어나는데 주민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것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고, 결국 동네 커뮤니티를 강화해 덜 떠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차 없는 거리를 일회성 행사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하고 나면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생태교통 마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질 수 있게, 그로써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삶이 바뀌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하셨어요. 급격하게 바뀌는 것은 모두 힘들어할 것이기 때문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해 나가려고 고민 중이시라니 우리도 점점 생태교통에 젖어드는 행궁동을 지켜보고 응원해야겠어요.  

행궁동 생태교통마을 사례공유가 이루어진 7월 대화모임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 체험

 사례공유 후에는 박미정 활동가와 함께 실천워크숍과 정책제안에 활용할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를 다 같이 해보기로 했어요.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는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인데,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고 부문별로 탄소배출을 높이거나 감축할 수 있는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탄소를 줄여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막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오늘 대화모임에서는 계산기를 실행해서 각자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탄소 배출을 높이는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반대로 감축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계산기를 실행해 보고는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어요. 누가 적게 나왔는지 뽐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분들은 몇 번을 다시 계산하기도 했죠. 기후위기 속 마을 대화모임 참여자 분들은 대부분 한국인 평균보다는 낮은 배출량을 보이기는 했지만, 최근 1년 동안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자주 다녀오신 분들은 평균 이상의 배출량을 피할 수 없었어요. 

 또 평소에 가솔린 승용차를 많이 이용하는 분들이나, 자녀들이 출가하고 가족 인원수에 비해 넓은 집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죠. 탄소배량을 높이는 요소는 대부분 이해하고 있는 것들이었지만, 비행기의 이용이 생각보다 심각한 탄소배출을 만들어 낸다는 것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탄소배출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에는 놀란 분들이 많았어요. 

 반대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분들은 평소에 자전거나 도보로 움직이거나 차를 이용하더라도 전기차를 사용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저렴한 지역난방이나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단열이 잘 되어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박미정 활동가와 함께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 맛보기


기후 톡톡(Talk Talk)


∘ 이 활동에 주목해 주세요!

- 탄소중립과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교육을 진행한데요~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마을이나 공동체는 신청해 주세요~

- 박연정 님의 샘터사랑방이 7월 27일 토요일 율천동행정복지센터에서 1.5℃ 라이프스타일 이야기와 함께, 비건음식도 만들어 먹고 실천다짐 손수건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신데요~ 놀러 가요 우리!



그러면 1.5℃ 라이프스타일로 깊게 들어가 본 우리들의 8월 기후수다로 가볼까요? 

https://brunch.co.kr/@42dc291a39a2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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