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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빛

궁에서 살아 보셨나요?

by 정채린


얼마 전 집에 대한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 그 에세이에 더할 사진을 사진첩에서 찾고 있었는데,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니 집의 전경을 찍은 사진은 없고 모두 아주 가까이에서 찍은 사물들과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그 집에 살지 않는 사람은 집 전체의 모습을 찍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집 속 나의 추억들을 찍는다는 것을.


이 날 창덕궁을 정말 좋아해서 창덕궁으로 건축학과의 졸업 논문까지 쓴 문우와 함께 했는데

문우가 말하길 "우리는 사실 밖에서 아름다운 궁을 구경하지만, 본래 궁은 실내에서 밖을 바라볼 때 더욱 아름답도록 설계되어 있다."라고 말해 이 날은 여태까지 궁을 구경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궁에 사는 사람의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진 또한 지금까지 궁의 웅장한 전체 모습과 풍경을 담는 것에서 벗어나, 궁에 사는 사람의 시선으로 나의 집이자 일터인 이곳의 세밀한 형태와 매일 손에 닿는 감촉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담으려 노력했다.


경복궁이 왕의 "집"이라면, 창덕궁은 왕의 "별채"다.

자연 지형 그대로 지어진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왕의 별채.

정원의 이름은 비원인데 비밀할 때 그 비자가 맞다.

















사진은 Galaxy S10 5G (2019년에 구입)로 촬영한 것이다.

갤럭시가 이렇게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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