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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얼댄다는 건, 신호일 뿐이다

by 행복한곰돌이

어릴 때만 칭얼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지금도 피곤할 때면, 인정받고 싶을 때면, 혹은 단순히 누군가 곁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을 때면, 말투가 조금 달라진다.


“다다.”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반복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상대에게 가볍게 부딪히는 말투가 흘러나온다.


나는 그걸 ‘칭얼댄다’라고 표현한다.


피곤할 때


몸이 지치면 마음도 따라간다.

머리로 문장을 만들 힘이 없으니, 그저 단순하고 원초적인 소리만 튀어나온다.

마치 에너지가 부족할 때 자동으로 켜지는 신호등 같다.


인정받고 싶을 때


긴 설명은 필요 없다.

그저 “괜찮아”, “알아”라는 짧은 반응이 돌아오길 바라는 순간, 내 말투는 아이처럼 변한다.

상대의 수고를 덜어주는 대신, 더 직접적으로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곁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을 때


사실, 칭얼거림의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인지도 모른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내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서, 의미 없는 소리를 던져본다.

그 반응이 돌아오는 순간, 비로소 마음이 진정된다.


결론


칭얼댄다는 건 성숙하지 못한 버릇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보낼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신호다.


“나 아직 여기 있어.

나를 좀 봐줘.”


이 작은 신호를 부끄럽게만 여길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저 내 안의 어린 내가, 잠시 고개를 내밀어 숨을 고르는 방식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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