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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 권 사이에서

by 행복한곰돌이

어떤 지인의 인스타 스토리를 봤다.

자기가 읽는 책 두 권을 올려놨다.


하나는 고전 명작이라 불리는 주식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조금 이상한 책이었다.

읽는 내내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말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책이었다.


그 지인의 스토리에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본 듯했다.


자존감이 낮았던 시절,

나르시스트처럼 행동했던 때가 있었다.

철없던 시절이었다.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았고,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부끄럽고, 쪽팔리고,

아프고, 헐벗는 기분이었다.


그 과정을 통과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적당함이 뭔지,

예의가 왜 필요한지,

무엇보다 ‘정’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사람들은

베이스에 상대를 하대하는 습관이 있다.

그게 잘나서가 아니라,

인정 욕구와 열등감이 뒤섞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 시절엔 그랬다.

누군가를 밟아야

내가 조금 더 높아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중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고,

상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버스를 탈 때

운전기사님께 먼저 인사하는 이유 또한

내 생명을 책임져주는 사람이라는 마음 때문이다.


한때는 세상의 중심인 듯

유아독존마냥 남을 비웃는 게 멋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지 내 마음속 불안 때문이었다.

타인과 비교해야만 살아남을 것 같은

절박함이었을 뿐이다.


물론, 그 지인의 생각과

내 과거가 꼭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언젠가 그 지인이 마음이 허해질 때,

밥이나 한 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의 단단한 잘남 속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굳이 내가 종노릇하며

그 옆에 머물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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