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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잔향

by 행복한곰돌이

누군가의 불평을 들을 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일었다.

귀가 아니라, 속이 먼저 반응했다.

마치 오래된 상처의 결이

살짝 건드려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건 지금의 목소리가 아니라,

엄마의 잔향이었다.


어릴 적, 피로와 한숨이 섞인 엄마의 목소리,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을 굳히고 있던 나의 기억.

그때의 공기가, 여전히 내 안에서

위험 신호처럼 살아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의 허세 어린 농담에도

비슷한 불편함이 있었다.

그건 아빠의 잔향이었다.

빈말로 가득한 대화,

허세로 덮인 공허함 속에서

나는 늘 진심이 없는 세계를 감지했다.

그 미묘한 냉기와 허무가

지금도 내 몸 어딘가를 경직시킨다.


결국 나는

엄마형의 피로와 아빠형의 허세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생존 반응이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지금 내 앞의 사람은

그때의 엄마도, 아빠도 아니다.

내가 느끼는 이 불편함은

그저 오래된 잔향이 지나가는 순간일 뿐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때의 나를 조용히 감싸 안아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잔향은 조금씩

나를 통과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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