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누군가를 두고
“좀 유치하지 않아?” 하고 말했어요.
그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어요.
정말 유치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돌이켜보면,
진짜 유치한 행동을 보면 그냥 피식 웃게 돼요.
“아, 저런 스타일이구나.”
그 정도로 가볍게 흘려보내면 끝이죠.
마음에 남지도 않고, 굳이 판단할 이유도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질투가 섞인 상황에서는 다르게 반응하게 돼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솔직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그걸 따라 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혹은 나보다 더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그게 왠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럴 때, 사람은 “유치하다”는 말을 꺼내요.
그건 상대를 낮추기 위한 말 같지만,
사실은 내가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고백일지도 몰라요.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데’,
‘근데 나는 저렇게 못할 것 같아.’
그 마음이 한 바퀴 돌아서, 비난의 말로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유치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
잠시 멈춰서 내 안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요.
“저 안에 내가 두려워하는 게 있나?”
“내가 아직 허락하지 못한 감정이 있나?”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의 자유를 인정하게 돼요.
그리고 동시에, 내 안의 자유도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에요.
결국 ‘유치하다’는 말은
상대를 향한 평가가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감정을 허락할 수 있는지의 기준 같아요.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조금은 다정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