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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먼저 의심이 올라올 때

by 행복한곰돌이

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괜히 꼬아듣거나, 속뜻을 찾으려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게 제 이상한 습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엄마와 아빠는 말을 좀 거칠게 하셨습니다.

가끔은 조롱처럼 들릴 때도 있었고,

“나중에 해줄게”라는 말이 결국 지켜지지 않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자동으로 경계하곤 했습니다.

‘진심일까?’ ‘정말 그렇게 될까?’

그런 생각이 습관처럼 따라붙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의 저는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였다기보다,

불안정한 사랑 속에서 조심스럽게 살아야 했던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그 말의 온도보다 의도를 먼저 감지하려 합니다.


이제는 그 습관을 없애기보다,

그 시절의 나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지키려 했던 마음이었을 테니까요.


누가 나를 사랑하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조금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보다 감정을 먼저 보고,

그때의 나를 천천히 바라봐주는 일.

그게 지금의 나에게

조금은 필요한 연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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