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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몇 번쯤 흔들렸던 것일까

양주 불곡산 노을

by 플랫폼

누군가는

천번은 흔들려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만번은 더 흔들린데도

어른이 되지 못하는 청춘이 수두룩할지도 모릅니다.


난도 쌤은 거기에다가 기름을 더 부어댔습니다.

계절은 봄을 건너뛰고

인생은 청춘을 건너뛴다 라고.


비유가 정확할지는 모르지만

겨울과 여름사이에서 샌드위치신세인

봄과

어린아이와 어른사이에 내동이쳐진 청춘의 모습이

얼추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불금입니다.

조금 일찍 업무를 마쳐주고 서둘러 불곡산으로 향했습니다.

홀로 고독이라도 씹어볼까 해서요.

고독까지도 내 인생의 일부라고 인정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것하나 만만한 일이 없습니다.


자연의 시계는 웬만해선 고장조차도 없습니다.

벌써 가을이라니.

고운낙엽 즈려밟고 오릅니다.


잠시

오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바위틈에서 아스라이 홀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바라봅니다.

전 그 소나무를 거룩한 소나무라 이름지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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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나무는

지금껏 살면서 얼마쯤 흔들렸던 것일까요.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되돌아온건 황량한 메아리뿐이었습니다.


쓸데없는 상념에 사로잡혀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금

한발짝, 두발짝 정상을 향해 오르는 중.


서쪽하늘을 바라보니

저녁노을이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황금노을속으로 내 맘을 담궈봅니다.


누군가는

석양이 아름답다 생각되는 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라던데.


아무래도 좋습니다.

노을 참 신비롭고 황홀경입니다.


살다보니

가끔 가정사가 발목을 잡을때가 있습니다.

얼마전

근무하다 말고

갑자기 전화기를 꺼내 들었답니다.


누군가가

도착할때가 되었는데

소식이 감감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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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밖으로 들려온건 청천벽력이었습니다.

그것도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교통사고랍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한동안

정신이 얼얼하게 굳어버렸구요.


취직만 되면

어떻게든 헤쳐나갈줄만 알았습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속에서 내몰리다가

어느날 어른으로 내던져진 두 아들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른시늉을 한다는건

분명 쉬운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알았을 테고요.


순간적으로

청춘은

때때로 아픔이 수반되긴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보다

오히려 더 행복했었다는 생각을 했었을테고요.



흔들림이란

어쩜

갈대의 숙명만이 아닌가봅니다.

아들이 셋이 있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들들은 아직 사회초년병입니다.

일명 햇병아리죠.

첫 날개짓은 참 신기하기도 하겠지만

힘듦이 수반되는 일입니다.


둘은 직장으로 상경하다

고속도로상에서 안전거리 미확보로 그만

앞차와 접촉사고를 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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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심하라고 타일렀건만

자식일은 맘대로 되질 않나봅니다.

전,

온종일 업무가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순간

아들들에게 간곡히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건

학교와 사회는 아주 다른 존재라고요.

하늘과 땅만큼.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고

사회는 돈을 받고 다니는 곳.

그리고

학교는 지식이 필요한 곳이며

사회는 실행과 책임이 반드시 뒤따르는 곳이라고요.


그나마

다행인건

조그만 접촉사고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피해자는 홀로 남성이었죠.


중고차를 구입한지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책임보험밖에 가입하지 못하였구요.

엊그제 피해자분께 연락이 왔다합니다.


합의를 하자고요.

끼여들고 싶기도

해결해줄려는 맘도 있었지만 꾹 참고

조용히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며칠간 긴긴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있었죠.

합의금으로 얼마가 적당한지

아들들은 이리저리 동분서주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들은

잘해낼 수 있었을까요.


한낱 기우였습니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긴 했지만

의외로 잘 해결하였습니다.

난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분명

잃은것보다

얻은게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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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너라 어설프다라고만 여겼었는데

그들도 분명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두 아들들도 이제

어른이란게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난관이란

어떤 상황하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금 일어서는 것이라고


그렇게

온전히

느끼게 될 날이 빨리오길 바랄뿐입니다.


아들들이

신은 누군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 라는 말의 의미를

빨리 받아드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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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트릴레마를 운명처럼 받아들일때

비로소

삶이 영글어가고 익어가게 된다는 것도요.


사회일, 가족일, 내일,

일상은 별일없어야 행복하다는 말을

이젠 정말 믿기로 하였습니다.


사회 햇병아리 두아들들이

잘해 내리라 믿습니다.


넘어져도 일어서고 흔들려도 오뚝이처럼

다시금 제자리로 되돌아오리라

그리 믿을 뿐입니다.


저녁노을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이래서 세상은 살만한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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