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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와 고흐

6월 7일

by 너랑


유튜브를 보다가 모네 미술관이 파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파리에 여러 번 와서 별의별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많이 가봤음에도, 모네 미술관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베르니까지 다녀온 모네의 팬으로서 모네 미술관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꼭 가야만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 사조는 인상주의다. 강렬한 색채 사용과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갈 듯 과감한 붓터치에 매력을 느낀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것임으로(물론 예술의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다른 시대의 화가들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시각적 보수성은 항상 인상주의 작가들을 향한다. 모네는 그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서도 나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인상주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모네 때문은 아니다. 고흐 때문이다. 모네 미술관에 가서 모네의 그림을 보며 웃기게도 고흐를 떠올렸다. 고흐는 살아생전 그림도 한 장 밖에 팔지 못하고,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하고 불행하게 살다 갔다. 당대에 그를 지지해 준 것은 그의 동생이 유일하다. 그의 불운한 삶은 굳이 지면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네는 다르다. 물론 모네에게도 고생스러운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농담처럼 모네는 복권에 당첨되었다. 그리고 그는 지베르니에 집을 구입하고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며 편안히 그림을 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되면 일을 그만둘 텐데, 복권에 당첨되었어도 그림을 그린 것을 보면 그림은 모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인 모양이다. 모네는 수련을 고집스럽게 많이도 그렸다. 화창한 날, 궂은 날, 비 오는 날 등을 빼놓지 않고. 커다란 캔버스에 아끼지 않고 물감을 쓰면서.



고흐는 지금 누구보다도 인정받는 화가다. 아무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살아 있을 때 명예든 부든 누리고 가는 편이 더 좋지 않나 하는 것이 나의 짧은 생각이다. 고흐가 살아생전에 그의 작품들이 이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그의 영혼에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그가 세상에 없는 지금, 그의 작품의 가격이 천억이 넘는 것이 고흐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술가들도 직업인으로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르네상스 천재 예술가들인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도 귀족과 성당의 의뢰를 받아서 일을 했다. 하지만 모네는 누구의 외주도 받지 않고 자기가 그리고 싶던 수련만 그리다 갔다. 예술가로서는 최고의 삶이 아닐까. 본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금전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 것.


휴직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서 예금을 깼다. 명품백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부를 누리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유롭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자유 역시도 금전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


그리고 싶은 수련을 마음껏 그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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