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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랑도

by 개울건너

지난해에 앞 농로 건너 넓은 밭을 타지에서 들어온 한 남자가 임대해 약초 재배를 시작했다.


옆 밭 최사장이 그와 그쪽 초록 울타리 너머로 대화를 자주 하더니 그를 '약초'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최사장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최사장이 우리 농막에 커피 마시러 들어오면서 "어이 약초, 우리 집은 아니지만 이리 와서 커피 한 잔 하고 일해!" 말했다.


잠시 후 그가 들어왔다.


그는 호칭에 어울리게 약초에 대해 아는 게 많았다.

엉겅퀴는 무릎 아픈 데 좋다, 꽈리는 기침감기에 잘 듣는다, 가시오갈피는 면역력 증강과 수족냉증에 좋다...


그는 오늘 오일장에 머위 좀 사러 갈 거란다. 눈에 피로를 푸는데 머위가 좋다고.


그가 이 동네 원주민인 최사장에게 물었다. "형님, 여기서 가까운 곳에 곰탕 잘하는 식당 아셔유?"

최사장이'00 곰탕집'이 있는데 잘한다며 일러주었다.



그가 최사장과 농막 문을 열고 나가며 난로 연통에서 떨어져 담겨있는 목초액 통을 내려다보더니,

어 목초액이네. 이거 발가락 무좀 치료에 효과 있어요. 군에 있을 때 군화 오래 신고 있어 무좀 생기면 목초액으로 발 씻고 양말도 그 물에 헹궈 말려 신으면 무좀이 싹 나았어요.




며칠 후 최사장이 우리 농막에 와서 전했다.


그날 일러준 곰탕집에 약초남이 식사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그의 첫사랑을 만났다고.

곰탕집 사장인 그녀는 식당 뒤편에 있는 주택에서 노모를 모시고 있고, 미혼인 딸도 함께 있더라고.

수년 전에 볼 일 있어 대구에 갔다가 들른 찌개 집에서 사장인 그녀를 만났었다고. 몇 달 후 다시 가보니 그녀는 그곳을 떠났더라고.



아무래도 그들은 인연이지 싶었다.





초봄부터 약초남이 밭에 나와있을 때 첫사랑 그녀도 함께 있다.


그녀와 약초 남, 각자의 결혼사 곡절 있었는지는 알수 없다 .




사방이 초록이다.


그들의 사랑도 지금 초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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