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작년 봄에 땅콩을 심었었다.
다음 날 나가보니 새들이 흙 속에 땅콩이 있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다 파먹고 도망을 갔다.
요놈들 참!
땅콩을 다시 심고 그 위에 망을 씌웠다. 새들에게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
몇 시간 후에 나가보니 새가 부리로 망을 빼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땅콩을 파먹고 있었다.
나는 한숨 쉬며 아예 땅콩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그렇게 하고서야 땅콩 농사를 무탈하게 지어낼 수 있었다.
얄미운 새가 때론 양심을 보이기도 있다.
며칠 전엔 울 밖에 딱딱한 흙을 호미로 파서 부드럽게 골라주고 거기에 쥐눈이콩을 서너 알씩 심었다.
다음 날 나가보니 흙이 이리저리 헤쳐져 있었다.
새들이 또 파먹고 갔네. 그래, 배불리 먹고 갔으면 됐지.
며칠 후에 보니 쥐눈이 콩 싹이 빼꼼히 올라와 웃고 있었다. 한 뼘 간격으로 심은 자리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어떻게 새들에게 안 먹히고 이렇게 다 싹으로 나왔는지..
나무에서 새들이 내려다보며 짹짹짹짹 수다를 떤다.
‘이번엔 우리가 콩은 먹지 않았어요, 흙목욕(흙에 몸을 비비면서 진드기 벼룩 등 외부 기생충을 제거하는 행동)만 했다고요!’